올해가 가기전에 VOD로 볼만한 영화들
올해가 가기전에 VOD로 볼만한 영화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2.08 14:06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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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좋은데 감독 막말·스캔들에, 스크린에서 큰 빛을 못본 아쉬운 영화
작품을 연출한 감독의 막말 파문으로 평가절하됐던 ‘불한당’(왼쪽)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도 외면당한 ‘문라이트’의 극중 한 장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의 막말 파문으로 평가절하됐던 ‘불한당’(왼쪽)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도 외면당한 ‘문라이트’의 극중 한 장면.

불한당     범죄자와 위장잠입 경찰 간 우정과 거듭되는 반전 인상적 

문라이트   빈민가 흑인남성의 성장기 통해 흑인문제 생생하게 묘사

 

 형 대신 조카 키우게 된 남자의 과거 상처 극복 이야기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감옥에 갇혔던 남자가 수십 년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탈옥하는 이야기를 그린 ‘쇼생크 탈출’(1994), 복제 인간이 등장하는 암울한 미래를 다뤄 수많은 열성팬을 가진 ‘블레이드 러너’(1982)는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다는 공통점 말고도 또 다른 닮은 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극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디오 시장으로 옮겨간 뒤에야 입소문을 타고 명작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처럼 한해 개봉하는 수백 편의 영화 중 스크린에선 큰 빛을 보지는 못했어도 놓쳐선 안 될 작품들이 있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영화를 모아 소개하고 열혈팬들은 재개봉을 추진하면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숨겨진 명작들을 알리고 있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도 일찍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문라이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배우와 감독의 불륜으로 저평가 받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을 올해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불한당

올해 국내영화 중 최고로 저평가된 작품은 지난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다. 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숱한 화제를 모았지만 개봉 전 터진 변성현 감독의 막말 파문으로 100만 관객 동원에도 실패하고 씁쓸히 VOD(주문형비디오)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팬들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한 매체가 팬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작품의 주연을 맡은 설경구는 ‘지천명(50세)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작품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 분)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 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극이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으라’는 주인공의 극 중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서로를 속고 속이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약 거래로 교도소에 수감된 재호는 본능적인 판단력과 정치적인 감각으로 교도소의 실세가 된다. 교도소에서도 특유의 사업 수완으로 담배사업을 벌이며 보안계장과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재호의 독주를 막기 위해 누군가 재호를 죽이려 공격하고 현수가 이를 재빠르게 눈치채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게 된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현수를 친동생처럼 아끼게 된 재호. 두 남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우정을 쌓아가지만 사실 현수는 재호를 잡기위해 위장수사를 펼치고 있는 형사였다. 재호의 계속된 호의에 마음을 열게 된 현수는 자신이 형사라는 사실을 밝히고 두 사람이 자신들의 상황을 이용해 또 다른 음모를 모의하면서 영화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한다.

‘불한당’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라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는 흑인 남자의 성장사를 통해 흑인들의 현실을 꼬집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문라이트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몸집이 왜소해 ‘리틀’로 불리던 왕따 아이가 사춘기 소년 ‘샤이론’으로, 청년 ‘블랙’으로 성장하는 20년의 시간을 통해 정체성, 가족, 사랑을 다룬다.

마약에 찌든 홀어머니 아래 외롭게 자라는 내성적인 소년 리틀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숨어들어간 창고에서 마약거래상 ‘후안’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 같은 듬직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주는 후안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해간다. 하지만 빈민가 흑인이 많이 겪듯이 사춘기 시절 폭력사태에 휘말리면서 결국 블랙이라 불리는 마약거래상으로 전락한다. 이때 어둠의 길을 걷던 그에게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그의 인생은 또다른 소용돌이에 말려든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주연배우 케이시 애플렉의 깜짝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앞선 두 작품과 달리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만한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그린다.

미국 보스턴에서 혼자 사는 ‘리’(케이시 애플렉 분)가 형의 죽음으로 인해 고향인 미국 매사추세츠 주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마을로 돌아가 벌어진 일을 그린다. 리는 자신이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맨체스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고, 과거의 아팠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형의 사랑하는 아들을 내팽개칠 순 없었던 그는 갈등하게 된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괜찮은 척하던 사춘기 조카 패트릭과 무뚝뚝한 삼촌 리는 서툴지만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똑바로 마주 보게 되고 한 단계 성장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연출을 맡은 홍상수 감독과 주연배우 김민희의 불륜 관계로 인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작품은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 분)과 사랑하며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여배우 영희(김민희 분)가 독일과 강릉에서의 방황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을 반영한 설정에 홍상수 특유의 유머와 찌질한 남자 캐릭터, 정적이지만 현실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면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한편,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선 IPTV로 시청하거나 푹(POOQ)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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