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방치하면 ‘대장 게실염’ 유발 우려
변비 방치하면 ‘대장 게실염’ 유발 우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2.08 14:13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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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게실염’ 증상과 치료법

대장 게실에 찌꺼기 끼어 발생… 심한 복통에 구토‧설사 증상 나타나

평소 섬유질 많이 섭취해 변비 예방을… 재발 반복되면 절제술 시행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김연호(57) 씨는 얼마 전부터 난생 처음 겪어보는 복통에 시달렸다. 심한 몸살 기운과 함께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이전부터 위장이 좋지 않았던 탓에 ‘괜찮겠지’하며 고통을 참았다. 그러나 몇 달간 통증이 계속돼 병원을 찾은 김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난생 처음 듣는 병명인 ‘대장 게실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바쁜 일상에 시달리면서 소화기 질환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최근 급증한 질환이 바로 대장게실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대장 게실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4년 4만9068명에서 2015년 4만4591명으로 감소했다가 2016년에 4만8902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2016년 연령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50대가 24.7%로 가장 많았으며 40대(22.2%), 30대(16.6%), 60대(15.7%) 순이었다. 이는 40~60대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게실은 장 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을 이뤄 돌출한 작은 주머니로, 변과 음식물 찌꺼기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면 ‘게실염’이 발생한다. 	그림=대한의학회
게실은 장 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을 이뤄 돌출한 작은 주머니로, 변과 음식물 찌꺼기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면 ‘게실염’이 발생한다. 그림=대한의학회

◇게실염 원인과 증상

게실은 위, 소장, 대장 등 내부 공간이 있는 장기의 바깥쪽에 돌출한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특히 소화기 중에서도 대장에 많이 나타나는데, 대장 게실은 대장 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을 이뤄 튀어나간 것을 말한다.

대장 게실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돌출되는 대장벽이 장벽의 일부(점막과 점막하층 조직)에 국한되는 경우를 ‘가성게실’이라 하고,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의 전 층이 돌출돼 주머니를 형성하는 경우를 ‘진성게실’이라고 한다.

진성게실은 선천적으로 생기며 주로 한 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우측 대장에 생기고 동양인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반면, 가성게실은 후천적이고 한 사람에게서 여러 개의 게실이 생기며 좌측 대장에 주로 발생한다. 주로 서구인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동양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대장 게실이 생겼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증상은 일부에게만 나타나고 그 중에서도 소수에게서만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장 게실을 가진 사람 가운데 약 85%에게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튀어나온 주머니 안으로 변과 음식물 찌꺼기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대장 게실염’이라 부른다. 보통 게실염은 미국, 유럽 등지의 서구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생활환경의 서구화, 고령 인구의 증가, 진단 검사법의 발전으로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장 게실염은 나이가 들면서 대장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고, 변비로 인해 장 내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 원인이다.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를 하면 변이 작고 건조해져 대장이 변을 이동시키기 위해선 더욱 강한 수축력이 필요한데, 이때 높은 압력이 장벽 중 약한 부위를 밀어내면서 점막의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증상으로는 주로 열이 나고 염증 부위에 복통을 느끼며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합병증으로 출혈과 장 천공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출혈이 생기면 항문에서 피가 나오는 혈변을 보고, 장에 구멍이 나면 심한 복통과 함께 복부 팽만, 복막염, 쇼크 등을 겪을 수 있다. 

◇게실염 치료

대장 게실염은 임상 양상이나 진찰 소견, 염증 수치의 상승, 복부초음파 또는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을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 단, 대장내시경은 장 천공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염증이 있을 때에는 하지 않고, 치료 후 안정된 상태에서 시행한다.

게실염 치료는 증세가 경미하면 입원 대신 식이요법과 함께 항생제, 대변 연화제 등 약물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섬유질 식사를 권장하는데, 변비를 개선함으로써 대장 내 압력을 낮춰줄 수 있어서다. 고섬유질 식사 외에도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은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강진구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85세 이상 노인의 경우에는 금식해 장을 쉬게 해주고 정맥주사로 수액을 보급해주면서 정맥 주사용 항생제와 소염제, 필요에 따라서는 장운동을 줄여주는 항경련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면서 “증세가 호전된 이후에는 식이요법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실염이 재발해 복통이 반복되면 게실이 발생한 부위의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천공과 복막염, 누공, 대장 주위 농양 및 장폐색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되는 경우와 대량 수혈이 필요한 출혈이 있을 때에는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방법은 진성게실인지 가성게실인지에 따라 다르다. 진성게실일 경우에는 게실 발생 부위 일부를 절제하거나 우측 대장을 절제한 다음 소장과 연결하고, 가성게실의 경우에는 좌측 대장과 직장 일부를 절제하고 대장과 직장을 연결한다. 

강 교수는 “만약 대장 게실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거나 복통이 심하고 열이 난다면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바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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