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감경, 이제는 없어져야 할 때
주취감경, 이제는 없어져야 할 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12.22 11:24
  • 호수 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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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담배 포장지엔 혐오스러운 그림을 넣고 술병에는 예쁜 연예인 사진을 넣는 건 잘못된 것 아닌가?” 
얼마 전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격한 토론을 벌였다. 흡연과 술을 즐기는 한 친구가 유독 담배에만 가혹한 차별이 가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친목을 위한 술자리답지 않은 이야기들이 한동안 오갔다. 

많은 흡연자들이 관련 법 시행 이후 담배에 혐오 그림을 넣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할 거면 술도 마찬가지로 넣자고 주장한다. 기자는 혐오 그림이나 사진보다는 술·담배 모두 크고 선명한 폰트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었으면 한다. 

“과도한 음주(혹은 흡연)로 타인에게 직·간접적 피해를 줄 경우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 중 상당수는 음주 후에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조두순을 들 수 있다. 한 여자아이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들어 고작 12년형밖에 선고받지 않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다치고 죽는 사람들도 한 해 수백명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담배 덕분에 폭력·살인사건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내놓는 흡연자들도 있다. 화가 나서 당장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을 담배를 피면서 누그러뜨려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나름의 근거까지 들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 행위에 대해선 음주운전 외에는 별다른 처벌이 없다. 오히려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심신미약을 들어 사실상 특혜를 받고 있다. 누군가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이 술을 마신 채 범죄를 저지르면 원래 죄보다 덜한 처벌을 받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는 흡연과 음주를 대하는 문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회사에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고 금연을 권장하면서 술은 오히려 권하는 분위기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과거에는 술을 못 마시면 승진을 못한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TV에서도 흡연장면은 모자이크 처리하지만 음주에 대해선 여과없이 내보낸다. 심지어 술은 갈등을 해결하는 소재로도 종종 활용된다. 

다행인 건 주취감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의 주장처럼 가중처벌은 아니더라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죄를 덜어주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도 조두순 같은 파렴치한 범죄자를 막기 위한 관련 법안 제정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흡연자들에 대한 규제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 
이제는 술에 관대한 분위기 역시 바뀌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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