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고령층 ICT 체험관’개관, 어르신들도 스마트기기 맘껏 체험
서울 광진구 ‘고령층 ICT 체험관’개관, 어르신들도 스마트기기 맘껏 체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1.12 10:25
  • 호수 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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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고령층 ICT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체험관을 방문한 어르신 두 명이 VR기기를 체험하는 모습.
서울 광진구에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고령층 ICT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체험관을 방문한 어르신 두 명이 VR기기를 체험하는 모습.

3D프린팅 해보고 드론도 날려… 신종 놀이터 부상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제가 만든 명함입니다.”

지난 1월 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근처 ‘고령층 ICT(정보통신기술) 체험관’에서 만난 이두준(70) 어르신이 하얀색의 얇은 플라스틱을 건네며 말했다. 명함 크기의 오돌토돌한 플라스틱엔 글씨가 적혀있는 듯했지만 바탕까지 하얘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이때 이 어르신이 자신의 휴대폰 후레쉬를 활용해 뒷판을 비쳤다. 그러자 명함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체험관에 비치된 ‘3D 프린터’로 직접 디자인하고 설계까지 했다는 이 어르신은 만족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말로만 들으면 복잡했던 3D 프린터를 실제로 사용해보니 어렵지 않네요.”

지난 12월 28일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문을 연 ‘고령층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체험관’이 노인의 새로운 ‘놀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1995년 창립된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는 비영리법인으로 전국 8개 지부와 6개 지회를 통해 매년 고령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정보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컴퓨터 활용법을 포함한 정보화 교육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협의회가 ICT 체험관을 연 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롭게 속속 등장하는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관심도 때문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를 인생의 황혼기에 접했다. 그러다보니 흔히 어르신 세대는 정보통신 기기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지고 관심도 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연구를 진행해본 결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서영길 회장은 지난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의뢰를 받아 9명의 연구원과 함께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고령층 ICT 실태조사 및 디지털복지 증진 정책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이때 고령층 ICT 체험 전용시설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고령층 응답자의 90.8%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협의회는 지난해 과기부의 체험관 설치를 요청했고 지난해 10월 5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11월부터 공사를 진행해 문을 열게 됐다.

서영길 회장은 “노인들도 늘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다”면서 “체험관을 통해 정보통신기기들을 실제로 만져봄으로써 다루기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기존 스마트폰 교육장으로 활용했던 15평의 공간을 체험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모든 기기를 직접 조작해볼 수 있다.

체험관 중앙엔 교육장과 어르신들이 대기하면서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벽면에 각종 정보통신기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문 옆에 자리잡은 스마트 미러가 맨먼저 관심을 끈다. 거울과 디스플레이가 합쳐진 전자 장치로 백화점이나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인결제시스템(일명 키오스크)이 이에 해당된다. 체험관의 핵심 장비로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현재는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을 이식해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향후 키오스크 체험 프로그램도 설치해 어르신들이 무인결제시스템에 친숙해지도록 할 예정이다.

이정민 관장은 “무인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식당이 많아지고 여기에 서툰 어르신들이 애를 먹고 있다”면서 “체험관에서 충분히 체험해보고 당당히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 명함을 제작해보는 ‘3D 프린터’도 인기지만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받는 건 드론이다. 조작법부터 이동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이용법을 안내해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향후  인근 한강공원을 활용해 1·3세대가 함께 드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분명히 구분하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다.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현실 공간에서 컴퓨터가 재현해 내는 가상의 정보를 체험하는 기술을 말한다. 체험관에서는 벽면에 공룡 그림을 설치하고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액정을 통해 움직이는 3D 공룡이 나타나는 프로그램을 통해 증강현실을 체험하게 한다. 반면 가상현실은 현실의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를 통해 그대로 모방해 사용자가 마치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인데 이 역시 첨단 VR기기를 통해 체험토록 했다. 한 공간에서 두 기술의 분명한 차이를 경험토록 해 어르신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 밴드, 사물인터넷 보청기 등 각종 ICT 기기를 접할 수 있다.

체험관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최대 20명까지만 수용이 가능해 사전에 신청해야 이용할 수 있고 가급적 전날 신청하는 것이 좋다. 협의회는 체험관이 활성화 되면 향후 8개 지부를 통해 전국 곳곳에 ICT체험관을 열어 정보격차 해소에 나설 방침이다.

서영길 회장은 “일반 체험관은 젊은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이용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곳에선 그런 제약이 전혀 없다”면서 “혼자 오는 게 어색하다면 경로당 차원에서 신청해 방문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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