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100억대 과징금…총수 2세 부당지원
하이트진로 100억대 과징금…총수 2세 부당지원
  • 라안일 기자
  • 승인 2018.01.15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위 “중소기업에 피해 끼치며 경영권 승계구도 구축”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하이트진로'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하이트진로'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세시대=라안일 기자]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부당지원한 하이트진로가 1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통해 10년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부과된 과징금은 하이트진로 79억5000만원, 서영이앤티 15억7000만원, 삼광글라스 12억2000만원 등 총 107억원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진로 총수 2세인 박태영 경영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트진로는 박태영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2008년 4월 이후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인력으로서 서영이앤티 본사 핵심업무(기획‧재무‧영업 등)를 수행했고 이 사건 부당지원행위 등 하이트진로와의 각종 내부거래를 기획‧실행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말까지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연평균 4억6000만개)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공캔 1개당 2원)를 지급하는 거래구조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는 매출 규모가 6배나 급증했고 해당기간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이익(56억2000만원)을 제공받았다.

하이트진로는 공캔 거래가 계열사간 거래로 법위반 적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3년 1월부터 공캔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에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서영이앤티는 1년 1개월 동안 59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해당기간 영업이익의 20.2%에 달하는 이익(8억5000만원)을 제공받았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 보유 주식을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인수된 회사에 거래단가를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우회지원까지 했다고 봤다.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자금압박에 시달리자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 전부를 키미데이타에 고가(25억원)로 매각하면서 키미데이타가 일정 기간 내 주식인수대금 전액(이자비용 포함)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금액 25억원은 하이트진로의 미래 수익 보장이 없었다면 책정됐을 정상가격 14억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박 본부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 및 총수2세 관여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용역대금 인상계획 결재란과 핵심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에게 공캔과는 전혀 무관한 글라스락캡 구매 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한 것도 통행세 거래라고 지적했다.

코일 통행세 거래가 종료되기 직전부터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에 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를 요구했으나 ‘법률리스크’ 검토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거래가 시작됐고 공정위 조치가 임박한 지난해 9월말 중단됐다.

이에 서영이앤티는 해당기간 동안 323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당기순이익의 1309.9%에 달하는 이익(18억6000만원)을 제공받았다.

삼광글라스는 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를 개시하기 직전 실적부진을 이유로 납품업체들에 대해 일괄 단가인하(6%)를 실시했으나 서영이앤티에는 5.57%의 마진을 제공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부당지원이 중소기업의 공정경쟁기반을 훼손하고 총수2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서영이앤티는 박 본부장의 지분(73%) 인수로 2008년 2월 하이트진로에 편입 이후 박문덕 회장의 지분 증여, 기업구조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현재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주력회사 하이트맥주 26.9% 보유)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지주회사 하이트홀딩스 57.2% 보유)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 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서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행위이다. 이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가)지적한 내용은 해소가 된 사항이지만 공정위에서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공정위와 입장차이가 있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등 성실히 소명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