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68·천안 쌍용동) 할아버지는 서울 아들집을 갈 때마다 챙기는 것이 하나 있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가 바로 그것. 얼마 전부터 약속을 깜빡하거나 방금 전에 놓아둔 물건을 찾아 헤매는 일이 잦자 이를 걱정한 며느리가 쥐어준 설 선물이다.
처음엔 ‘이 나이에 게임기는 무슨….’ 엉뚱한 선물에 손사래를 쳤지만 건망증과 치매 예방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부터 마음이 달라졌다. 심심할 때 마다 게임기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게임을 한 뒤부터 숫자 계산이나 기억력도 전보다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혼자 있어도 외로운 줄 몰랐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김진철 어르신처럼 건망증이나 치매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이 증가하면서 두뇌 단련 게임이 휴대용 게임기부터 인터넷 온라인 게임까지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닌텐도가 개발한 ‘매일 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이 젊은이들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받으며 세계적인 두뇌 단련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 하듯 2006년 말 출시된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는 출시 1년 만에 100만대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휴대용 게임기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닌텐도가 내놓은 매일매일 DS 두뇌트레이닝은 일본 뇌 과학자의 1인자인 가와시마 류타 박사가 출간한 ‘뇌를 단련하는 성인용 계산연습’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개발 된 제품.
사칙연산과 문장쓰기, 읽기, 순간 기억 등을 반복해 뇌 기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 바로 어르신들의 침침한 눈을 위한 ‘숨어있는 눈의 힘 DS 안력 트레이닝’.
이 제품은 야구, 탁구, 권투 등 스포츠를 소재로 움직이는 대상을 정확하게 포착하거나 넓은 범위를 보는 등 안력을 키워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박창훈 호서대 게임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여가생활을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게임은 충분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칙연산이나 기억력 테스트 등을 통해 뇌를 꾸준히 움직여 준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 포털사이트
인터넷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에서도 두뇌 단련 게임이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나포스닷컴이 서비스하는 두뇌단련 게임 ‘브레인온’(brainon.hanafos.com)은 닌텐도가 출시한 ‘매일매일 DS두뇌트레이닝’을 온라인 버전. 계산, 단어 외우기 등 간단한 게임을 통해 자신의 두뇌연령을 매일 진단해볼 수 있는 ‘뇌연령 체크’를 비롯해 두뇌를 특정 부위별로 단련할 수 있는 ‘뇌단련 게임’, 여러 명이 동시에 경쟁을 할 수 있는 ‘브레인대전’, 두뇌 단련 콘텐트를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브레인온 코스’ 등 총 4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 특성상 여러 명이 함께 두뇌 대결을 할 수 있는 ‘배틀’이 가능하고 방대한 데이터로 자신의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브레인온은 인터넷 하나포스를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누구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나포스 고객이 아니라도 회원가입만 하면 1달 동안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건강장수를 위한 두뇌훈련 사이트’란 타이틀을 내건 싱싱두뇌 사이트에서는 뇌 건강을 위한 수칙이나 정보뿐만 아니라 두뇌훈련 음악게임 ‘오투잼’(o2jam.o2jam.com)을 즐길 수 있다. 음악 관련 게임으로만 알려진 오투잼은 사실 두뇌 단련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정교하고 민첩한 손놀림으로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직접 연주하듯 플레이하는 것이 오투잼의 기본틀이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손가락을 민첩하게 움직이면 좌뇌와 우뇌가 자동적으로 활발해지고, 잠자고 있던 뇌가 자극을 받아 깨어난다고 싱싱두뇌 측은 설명했다.
게임포털 게임램프의 올림피그(olympig.gamelamp.com)는 ‘머리가 좋아지는 온라인 보드게임’을 모토로 6개의 게임으로 두뇌 단련을 한다. 원카드와 비슷한 ‘피그어택’, 간단한 계산을 이용하는 ‘피그77’, 타일의 규칙을 찾아 조합해 타일을 모두 내려놓으면 승리하는 ‘루미피그’ 등의 게임을 제공한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이밖에 두뇌단련 게임 외에도 어르신들이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대표적인 게임 사이트로는 한게임(hangame.com)을 비롯해 정보화마을 어르신홈페이지(silver.invil.org) 등을 들 수 있다. 이 사이트에는 장기, 바둑, 오목, 고스톱 등뿐 아니라 짝 맞추기, 벽돌깨기, 퀴즈, 연상게임 등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리는 절대 금물. 오랫동안 컴퓨터를 들여다 볼 경우 눈이 뻑뻑하고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게임도 운동과 같다”며 “과한 운동은 몸에 독이 되듯 사용자가 게임을 장시간 이용해 피로를 느끼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