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문주란)
난초야 너는 아느냐
나와 너의 인연(인연)을
10여 년 전 제주도 바닷가에서
나는 너를 만났다
어리고 가냘픈 몸매에
신문지에 쌓여 버려진 것을
나는 너를 여행가방에 넣어 왔지
꿈같은 세월이 흘러 10여 년
너는 어느 새 처녀가 되었고
작년부터 신비로운 꽃을 피웠다
너는 아느냐 제주도 바다 바람을
이제는 잊을 만도 한데 아직도 못 잊는 양
수심 찬 모습이 애처롭구나.
초겨울 유리 창가에 밝은 햇살을 맞으며
아직도 너는 제주도 해변에
세찬 바다 바람을 그리워 하나보다
이영복(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심사평>---------------------------------------------------------------
* 설 연휴를 지나면서 많은 시가 들어왔습니다. 투고해주신 어르신들의 시를 모두 게재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모두 아름다운 시였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담아서 앞으로 계절별로 낙선한 시들을 모아 다시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영복 님의 난초(문주란)을 뽑습니다. 함께 보내주신 다른 시들이 난초에 미치지 못했으나, 어르신 시인들의 시상이 잘 녹여나 있어 뽑습니다. 이번호에는 강릉의 정운화 등 6편의 시가 시가 본선에 올랐으나 이번에는 이영복 어르신의 시가 두드러졌습니다. 소재와 주제가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경우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건질 수 있습니다. 채택되지 않으신 어르신들께서는 계절 결산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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