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병상 OECD의 7배, 외래환자도 넘쳐… ‘의료 과잉 한국’ 개선 필요
요양병원 병상 OECD의 7배, 외래환자도 넘쳐… ‘의료 과잉 한국’ 개선 필요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3.16 10:54
  • 호수 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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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과잉 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인구 대비 병상 수, MRI 보유대수, 평균재원일수, 외래환자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대비 모두 많았다. 특히 요양병원 병상은 OECD 국가 평균의 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의료 과잉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3월 13일 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2011~2016년)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16년 전체 보건의료기관 수는 총 8만9919곳으로 연평균 1.6% 증가했다. 요양병원의 경우 2016년 총 1428곳으로 연평균 7.6% 늘었다. 이 중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1년 31곳에서 2016년 122곳으로 31.5% 증가했다. 요양병원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것이다. 

병상 수는 조사기간(2011~2016년) 연평균 3.8% 증가했다. 2016년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전체 병상 수는 67만1868병상으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13병상)가 OECD 회원국 평균(4.7병상)의 2.8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양병원 병상은 우리나라(인구 1000명 당 4.9병상)가 OECD 회원국 평균(인구 1000명 당 0.7병상)에 비해 7배나 많았다. 

고가의 의료장비 수도 다른 OECD 회원국과 견줘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2016년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보유한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는 1923대,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는 1407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는 208대였다. 인구 100만 명 당 장비 수로 계산하면 CT 37.2대, MRI 27.2대, PET 4.0대인데, 2015년 OECD 회원국 평균은 CT 25.6대, MRI 15.5대, PET 2.0대였다.

의료 자원 공급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료 이용도 높은 편이었다. 2016년 우리나라 입원 환자 수는 인구 10만 명 당 2만6000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만6000명보다 훨씬 많았다. 평균 재원일수는 2011년 15.3일에서 2016년 14.5일로 감소했지만, OECD 평균 재원일수 8.1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편이었다. 외래방문 1건을 1명으로 산출했을 때, 2016년 전체 외래환자 수는 7억5325만 명으로 2011~2016년 연평균 1.5% 증가했다. 인구 1명 당으로 환산하면 14.6일로 OECD 국가 평균 6.9일에 비해 2.1배 많았다. 

의료 과잉이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역별 의료 수요에 맞게 병상‧장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점도 있고, 수술‧처치 등의 수가가 낮아 병원들이 고가의 검사를 남발하는 점도 문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이 집보다 병원을 택하는 ‘사회적 입원’이 늘어나는 것도 요양병원 증가 현상의 원인이 된다. 이런 사회적 입원은 본인 뜻이 아니라 생업으로 일터에 나가야 하는 자녀들의 뜻에 따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김 모(88) 어르신은 자식들이 병원에 머물기를 원해 2년째 퇴원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어르신은 물리치료와 약물 처방만 필요한 상태로 통원 치료로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고령화 시대에 의료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늘어난다고 의료에 대한 만족도가 함께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병원의 인허가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무분별한 의료기관 증가를 막아야 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불법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은 즉각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의료 과잉의 문제가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뿐 아니라 노인 빈곤 등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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