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이 달라지고 있다
경로당이 달라지고 있다
  • 이미정
  • 승인 2008.02.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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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한자 컴퓨터 등 공부방 역할 톡톡

경로당 문화가 확 바뀌고 있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를 걸치며 화투를 즐기는 공간으로 경로당을 그린다면 큰 오산이다.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글이나 컴퓨터를 배우면서 ‘공부방’으로 변신하고 있고, 취미활동을 통해 여가활용은 물론 수익도 내면서 건강까지 챙기는 이른바 웰빙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금 경로당에서는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대표적인 경로당을 탐방했다.

 

◇경로당이 ‘공부방’ 되다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공부방으로 이용되고 있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 금천리 경로당은 지난 1월부터 매일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60~80대 할머니 23명이 공부한다. 이 공부방은 마을 부녀회가 복숭아를 팔면서 포장박스에 이름을 쓰지 못하고 몇개를 넣었는지 셈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할머니들을 위해 마련한 것.


학생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며 부녀회는 할아버지들에게는 교장과 교감, 이사 등의 감투를 주고 참여를 유도했다. 10원짜리 화투놀이로 마을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던 경로당이 하나의 작은 학교가 된 셈이다.


경로당에서 한글과 한자를 배운 뒤 공부한 작품을 전시하는 곳도 있다. 수원시 권선1동 제1경로당이 바로 그곳. 70세 이상 여성 어르신 15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지난해 4월부터 매주 월,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씩 현윤길(83) 회장의 지도에 따라 한글과 한자를 배운다.

 

틈틈이 공부를 배운 어르신들이 지난해 9월 28일 제1경로당에서 ‘노인시대 평생교육 실천방향 간담회’와 함께 6개월 동안 한글과 한자를 공부한 학습장과 숙제물을 전시했다. 어르신들 대부분은 변변치 못한 가정환경과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악조건들로 인해 초등학교도 교육도 졸업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초등학교 졸업 후 68년 만에 펜을 들었다는 오순덕(74)씨는 “글을 배우고 난 뒤 구청에 제출할 서류를 혼자서 만들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경로당 회장과 회원이 자체적으로 지역 어르신들께 컴퓨터 교육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 
용인시 수지구 죽전1동 꽃메마을 현대홈타운 4차 4단지경로당(회장 진종생). 이 경로당은 지난해 4월 구청으로부터 구형 컴퓨터 5대를 기증받아 컴퓨터를 모르는 어르신들과 주민을 대상으로 매주 2차례 2시간씩 파워포인트, 워드, 인터넷, UCC 동영상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회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어르신들을 교육한다는 점. 컴퓨터가 서툰 어르신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헤아린다는 장점 때문에 매달 수강생들이 늘고 있다.

 

 

<사진>충북 영동군 용산면 한곡리노인회 회원들이 짚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이 지역 어르신들은 짚공예로 사라져가는 전통을 잇고 짭짤한 소득도 올리고 있다.

 

◇취미생활에 용돈도 짭짤  


짚공예로 사라져가는 전통을 잇고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어르신들도 있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 한곡리 경로당 어르신들이다. 이 마을 어르신들이 짚공예품 제작에 나선 것은 2년 전. 군으로부터 건강장수마을로 선정돼 지원받은 5000만원으로 쓸모없이 방치되던 경로당 창고를 리모델링해 짚공예작업장을 꾸미면서부터다.


회원 간 친목을 다지고 경로당 운영비도 스스로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일을 시작한 어르신들은 매일 경로당에 모여 짚을 다듬으며 정성을 쏟고 있다.


작업장 한쪽에는 작품 전시대도 만들어 200여점의 우수 작품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있고, 체험을 원할 경우 간단한 공예품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있다.


20여명의 회원들은 겨울철이면 마을 경로당에 마련된 짚공예 작업장에 모여 삼태기와 둥구미, 짚신, 짚가방, 멧멍석 등의 짚공예품을 제작·판매하는 등 취미생활을 겸한 용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한골마을 어르신들은 인삼거치와 짚공예품을 만들어 지난해 겨울 동안 25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김장환(75) 회장은 “삼삼오오 모여 친목도 다지고 짚공예 판매 수입으로 경로당 운영비도 충당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경로당 회원들이 모여 직접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는 곳도 있다. 


경기 여주군 중암 1리 경로당은 어르신 15명이 모여 직접 두부를 만들고 경로당을 이용한 식당을 운영해 매달 평균 200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2월에 문을 연 ‘실버식당’은 두부전골, 생모두부, 두부를 판매하고 있으며 판매금액의 일부는 마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천안시 부성동 분회 대우아파트 경로당은 무상으로 임대받은 토지에 감자, 고구마, 들깨 등의 농작물을 심어 해마다 3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병천면 분회 병천경로당은 시내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수거, 청소용 자루로 제작해 2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운동으로 건강도 관리


각 지역 경로당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는 모임도 있다. 


그라운드골프가 활성화되고 있는 대한노인회 평택시지회 산하 경로당 가운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클럽이 있다. 바로 덕동클럽이다. 덕동클럽은 평택시 비전·합정·세교동 경로당 어르신들이 모인 클럽으로 68~86세 25명이 활동하고 있다. 덕동클럽 회원들은 그라운드 골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시간이 날 때 마다 덕동산공원 잔디구장을 찾아 그라운드골프 연습을 한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매달 1일 마다 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 실력도 대단하다. 지난해 평택시지회가 주최한 제4회 평택시지회장기 그라운드골프 대회에서 1등을 해 2회 연속 우승을 거머줬다.


덕동클럽 최창덕(76) 회장은 “그라운드골프는 인원 제한되지 않고 운동 방법 또한 복잡하지 않아 어르신들에게 좋은 운동”이라며 “건강도 지키고, 친목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나 노인단체에서도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건강프로그램을 보급하면서 건강강의나 체조교실 등을 실시하는 경로당도 늘고 있다. 


대한노인회 금산군지회는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산하 건국경로당 287개 소를 대상으로 수지침, 요가, 노래교실, 스포츠댄스, 농악 등 건강프로그램을 실시, 어르신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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