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도 육아휴직이 필요하다
아빠에게도 육아휴직이 필요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30 13:28
  • 호수 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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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돌보면서 200만원씩 버는 방법 없나.”

올해 임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요새 들어서 늘어놓는 푸념이다. 부인과 함께 맞벌이를 하는 그는 신중한 편이어서 벌써부터 갖지도 않은 아이에 대한 육아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뉴스를 통해 빈번하게 벌어지는 어린이집 폭행사건 때문에 남에게 애를 맡기긴 싫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은행원인 부인이 육아휴직을 2년 간 쓴다고 해도 이후가 문제다. 보모를 고용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부인과 마찬가지로 육아 휴직을 쓰는 것인데 친구 회사에서는 현재까지 그런 선례가 없다고 한다. 결국 그는 퇴직 후 육아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어르신들이 보기엔 배부른 고민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현재 20~30대 대부분은 이러한 고민을 한다.땅값이 오를 대로 올라 일반 직장인이 평생 벌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젊은 세대의 유일한 해법은 맞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뜻 애를 낳기 힘든데다가 남에게 맡기기 못 미더운 분위기가 형성돼 출산율이 심각할 정도로 낮아진 것이다. 

여성의 육아휴직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에서는 ‘육아휴직=퇴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은 언감생심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35만93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혜택이 다자녀 가구를 위한 것이고 그것조차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속된 말로 1000만원 받자고 애 셋을 키우는 모험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 명도 안 낳고 내 집 마련 등 노후생활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기 힘든 상황에서 선뜻 애를 낳겠다고 나서는 이는 많지 않다.  

얼마 전 육아휴직을 떠났던 KBS 최동석 아나운서가 방송에 복귀했다. KBS 아나운서국에서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했던 그의 귀환은 유독 반가웠다. 공영방송의 아나운서인 그가 사회적 암묵적인 관행을 깬 것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마치 모든 남성을 대표해 육아휴직을 쓴 것 같아 고맙기까지 했다.

모든 책임을 기업에게만 떠넘겨선 안 된다.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을 세워 엄마든 아빠든 자유롭게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잠시 회사를 떠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조하기 보다는 젊은 부부들이 스스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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