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영화의 정의 바꿀까
‘넷플릭스’가 영화의 정의 바꿀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4.06 13:36
  • 호수 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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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될 수 없다.” 

지난달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여기서 ‘넷플릭스 영화’는 온라인 비디오 상영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를 말한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어르신들에게 넷플릭스는 여전히 생소한 단어이면서 개념일 것이다. 쉽게 말하면 넷플릭스는 과거 국내에도 성업했던 오프라인 비디오대여점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회사다. 차이는 있다. 비디오대여점이 단순히 영화테이프를 빌려줬다면 넷플릭스는 직접 영화와 드라마도 제작한다. 매달 10달러 가량의 이용료를 받는데도 가입자가 5000만명이 넘어 거둬들이는 수입이 어마어마하다. 

넷플릭스 영화가 어떤 것인지 알아도 칸국제영화제의 ‘상영 불가 선언’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영화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영화의 기원은 명확하다. 1896년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의 한 카페에서 상영한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La Sortie des ouvriers de l'usine Lumière)이 최초의 영화다. 당시 뤼미에르 형제는 자신들이 개발한 카메라이면서 동시에 영사기 기능을 했던 ‘시네마토그래프’를 활용해 인류 처음으로 영화를 상영했다. 

그런데 이 시네마토그래프는 최초의 발명품은 아니다. 에디슨이 1888년에 개발한 세계 최초의 영화용 카메라인 ‘키네토그래프’를 개량한 것이다. 여기서 에디슨은 그 유명한 ‘발명왕 에디슨’이다. 에디슨은 이 장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움직이는 영상을 촬영했고 자신이 개발해 영사기의 전신이 된 ‘키네토스코프’를 활용,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이를 보여줬다. 

그런데 ‘영화의 아버지’란 타이틀을 뤼미에르 형제가 가져간 이유는 뭘까. 차이는 스크린의 유무였다. 키네토스코프는 만화경처럼 상자에 난 구멍을 통해 영상을 보는 방식이었다. 즉, 동시에 한 명만 볼 수 있었다. 반면 시네마토그래프는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스크린에 영상을 투여하는 방식이었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극장 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영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넷플릭스 영화가 논쟁의 대상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장 상영과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영화라 보수적인 영화인들은 TV상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넷플릭스에선 이런 입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영화의 정의를 새로 써야할지 아니면 보수적인 영화인들이 승리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영화 발전에 긍정적인 논쟁이 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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