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 ‘당갈’을 통해 본 ‘볼리우드’의 매력
인도영화 ‘당갈’을 통해 본 ‘볼리우드’의 매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04 11:08
  • 호수 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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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노래‧액션‧웃음이 잘 버무려진 영상 종합선물
인도에서만 3600만명을 동원한 이번 작품은 춤·노래·액션·웃음을 잘 버무린 볼리우드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진은 극중 기타(왼쪽)가 2010 영연방 레슬링 대회 결승전을 펼치는 모습.  

연간 1000편 만드는 세계 최다 영화 생산기지… 뮤지컬 형식이 특징

세계적 여성 레슬러 키운 아버지 이야기… 인도서만 3600만명 관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촉망받는 레슬러였지만 가족의 반대로 평범한 직장인이 된 남자가 있다. 그는 세계대회 금메달을 향한 자신의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했지만 연달아 딸만 넷을 낳고는 삶의 의욕마저도 잃었다. 하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낙심은 새로운 희망으로 반전된다. 동네 사내아이들이 자신의 딸들에게 덤볐다가 내동댕이쳐진 사건이다. 그는 첫째와 둘째 딸이 또래 남자아이를 압도하는 힘을 가진 것을 알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두 딸을 레슬러로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미쳤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가정일만 하고 14세만 되도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인도’의 관습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 딸을 데리고 훈련을 시작한다.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올 상반기 최고 대작 ‘어벤져스3’와 같은 날(4월 25일) 개봉한 ‘당갈’이 예상 밖 웃음을 선사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도에서만 3600만명이 관람해 1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중국, 대만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3억 달러 이상 수입을 거두며 ‘볼리우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볼리우드란 인도의 영화제작 중심도시 봄베이(Bombay, 1995년부터 뭄바이로 변경)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로 인도 영화를 뜻한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작 편수로만 놓고 보면 할리우드보다 많은 매년 1000여 편의 영화를 찍는다. 

볼리우드 작품은 대부분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된다. 보통 3시간에 달하는 긴 상영 시간에 청춘 남녀의 연애담, 얽히고설킨 가족사 등의 통속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여기에 더해 인도 특유의 음악과 선정적인 몸짓이 어우러진 화려한 군무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과도한 액션도 특징이다. 노래와 춤을 기본으로 로맨스, 액션 등의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어 ‘마살라’(혼합 향신료) 영화라 부른다. 

이로 인해 오락성은 뛰어나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B급 영화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라간’이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에 오르고 이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는 ‘데브다스’가 초청되면서 서서히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샤룩 칸 등 주요 배우들은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며 할리우드 배우 못지않은 부와 명성을 누리고 있다.

‘당갈’은 이런 볼리우드 작품의 특징을 간직하면서도 안정적인 이야기 전개로 호평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감동의 원천엔 실화의 힘이 있다. 작품은 두 딸을 인도 최초의 국제 레슬링대회 금메달리스트로 키운 아버지 마하비르 싱 포갓과 2010년 영연방 경기대회에서 인도 여성레슬러로는 최초로 금메달(55kg)과 은메달(51kg)을 획득한 기타 포갓과 바비타 포갓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가 동네 남자애들을 때려주고 다닐 만큼 힘과 담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남자든 여자든 금메달은 금메달”이라는 생각에 두 딸에게 레슬링 훈련을 시키기 시작한다. 

기타와 바비타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동네를 뛰어다니고 근력 훈련을 한다. 여자는 부엌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부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두 자매 역시 아버지가 무서워 묵묵히 훈련을 받지만 끝내 반항심이 폭발해 도망친다. 그러다 14살이 됐다는 이유로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하는 친구의 충고를 듣고는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패배의 아픔과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레슬링의 매력에 빠져든다. 전국대회 우승까지 거머쥔 뒤, 기타는 국가대표들만 모이는 인도 스포츠아카데미에서 훈련할 기회를 얻는다. 선진 기술을 알려주는 새 코치와 아버지 낡은 기술 사이에서 혼란을 겪던 기타는 결국 아버지의 기술을 버린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참패를 당하고 이를 알게 된 아버지는 비상수단을 쓰게 된다. 

작품은 실화를 기반으로 레슬링을 이야기하면서 우회적으로 인도의 비참한 여성 인권을 비판한다. 비록 아버지의 강요로 레슬링을 시작했지만 훈련 과정을 통해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고 이를 통해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두 자매를 통해 남녀 차별 문제를 부각시킨다.

2009년 개봉한 ‘세 얼간이’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인도 국민 배우 아미르 칸은 레슬링 챔피언이었던 젊은 시절부터 50대 가장의 모습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호연을 펼쳤다. 특히 30년의 세월을 표현하려고 근육질 몸을 만들고 일부러 수십 킬로그램의 살을 찌웠다 빼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여기에 3000:1의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배우 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산야 말호트라의 완벽한 레슬러 연기도 인상적이다. 수개월간 실제 선수들에 버금가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선보이는 레슬링 기술은 실제 레슬러의 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적절하게 배치해 놓은 웃음 코드,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 그리고 ‘당갈 당갈’이라는 후렴구를 통해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음악 등도 몰입감을 높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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