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위례실버주택, 시설도 운영도 독거노인 맞춤형 주택
성남위례실버주택, 시설도 운영도 독거노인 맞춤형 주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18 10:53
  • 호수 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실버주택 국내 1호 성남위례실버주택에 가보니
경기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이 전국 공공실버주택 1호인 성남위례실버주택 입주민들을 밀착 지원하며 기존에 없던 운영 모델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위례복지관 옥상에 마련된 텃밭을 자발적으로 가꾸는 어르신들과 복지관이 주최한 실버골든벨에 참여해 열띤 경쟁을 펼치는 입주민들의 모습.
경기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이 전국 공공실버주택 1호인 성남위례실버주택 입주민들을 밀착 지원하며 기존에 없던 운영 모델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위례복지관 옥상에 마련된 텃밭을 자발적으로 가꾸는 어르신들과 복지관이 주최한 실버골든벨에 참여해 열띤 경쟁을 펼치는 입주민들의 모습.

성남위례사회복지관이 밀착 지원… 건강 수시체크, 원예활동 등 유도

가능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줘… 공공실버주택 운영 모델 만들어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로또 맞은 거 같아요.”

지난 5월 9일, 경기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 옥상 텃밭에서 만난 김철원(80‧가명)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김 어르신에겐 미래가 없었다. 가족에게 잇단 불행이 닥치며 기초생활수급권자로 혼자 살게 되면서 희망마저 사라졌다. 하지만 성남위례공공실버주택에 입주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김 어르신은 “성남위례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비슷한 처지에 놓인 또래들과 교류하면서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식 개관한 경기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관장 석춘지, 이하 위례복지관)이 실버주택 운영의 성공적인 기준을 만들면서 성남위례공공실버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공공실버주택이란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으로 저층부(1~2층)에는 복지관을 설치하고 상층부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등을 적용해 고령자 맞춤형 주택을 건설, 주거와 복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주택을 말한다. 

일본, 핀란드 등에서는 주택과 복지공간을 결합한 일명 ‘생활복지주택’을 지어 보급하고 있다. 다만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입주 비용도 만만치 않아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언감생심이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공공실버주택은 외국과는 다르다. 경로당, 노인복지관 이용은커녕 외출조차 버거운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지어진데다가 더 나아가 저층부 복지관은 마을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돼 보편적 복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남위례공공실버주택의 내부는 독거노인들이 살기 편한 구조로 돼 있었다. 문턱을 제거하고 복도‧욕실 등에 안전손잡이를 달아 이동을 원활하게 했다. 또 높낮이 조절 세면대, 비상콜 등을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공공실버주택의 꽃은 저층부에 들어서는 복지관이다. 공공실버주택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복지관이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기 때문에 마땅한 운영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위례복지관 역시 초기에는 운영을 두고 석춘지 관장과 직원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자원봉사지원본부장을 지낸 석 관장은 노인들은 조금만 자극을 주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관점이었고 사회복지사들은 전적인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의 생각을 좁히기 위해 거의 매일 열띤 토론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위례복지관의 운영모델이다. 

먼저 철저한 사례관리를 통해 실버주택 입주민들을 돌본다는 점이다. 현재 위례공공실버주택엔 164세대가 입주해 있는데 9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권자이면서 독거노인이다. 이 때문에 임대료는 수급권자 4만원 대, 비수급권자는 10만원대로 저렴하다. 

어려운 처지는 비슷하지만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우울증에만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동까지 불편한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는 조금만 도와주면 자립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원천적으로 이게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 일괄적으로 똑같은 혜택을 제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어려운 형편에 놓였다 해서 모두 같지는 않다”면서 “보행이 자유로운 분들은 조금만 불안요소를 걷어내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위례복지관은 전체적으로 면밀히 건강 및 심리 상태를 체크하면서 크게 자립형, 반자립형, 의존형 세 그룹으로 나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150개를 확보해 자립형 어르신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왔고 반자립형 어르신들을 위한 원예치료를 도입하고 의존형 어르신들을 위해선 각종 재가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 철저히 건강을 체크하고 문제 있는 어르신이 나타날 경우 해당 입주민의 가족들과 함께 회의를 통해 해결법을 찾고 있다. 실제로 입주민 중 한 어르신이 치매 증상을 보인 적이 있는데 자식 역시 알콜성 치매로 고생하고 있고 유일한 보호자인 손녀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다. 이에 위례복지관은 손녀와 함께 오랜 회의 끝에 요양원 입소를 결정했고 후속절차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복잡하게 여기는 각종 서류 문제들까지 젊은 복지사들이 밀착마크로 해결해주면서 꼭 받아야 할 혜택을 놓치는 경우도 없다. 

한 입주민 가족은 “간혹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나곤했는데 복지관에 전화하면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줘 이런 걱정을 덜게 됐다”면서 “현재 건강 및 심리상태도 친절하게 알려줘 오히려 어머니보다 더 통화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반응도 성공적이다. 입주 전에는 어두운 표정으로 가득했던 어르신들이 웃음을 되찾았고 각 층별로 자체적으로 일종의 자치위를 결성해 직원들이 퇴근했을 때 서로 돌보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 

또한 아이부터 노인까지 일반 주민을 위한 외국어, 건강, 취미등 50여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주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공공실버주택을 건립 중인 타지역에서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수시로 방문하고 있고 복지부에서도 위례복지관의 사례로 운영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석춘지 관장은 “사회복지 개념상 어려운 노인은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절반만 맞다”면서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면 노인이라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를 돕는 것이 공공실버주택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