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들 ‘별 놀이’ 이제 그만
영화평론가들 ‘별 놀이’ 이제 그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18 11:15
  • 호수 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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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추억의 프로그램이 된 MBC ‘나는 가수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제작된다고 했을 때 많은 가수들이 반발했다. 음악은 예술인데 어떻게 음악에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나눌 수 있느냐고 발끈했다. 자신들은 심사위원으로서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언어폭력에 가까운 평가와 함께 주관적이고 근본도 없는 점수를 주면서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동의했다. 그렇다. 예술에는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통틀어 예술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미술‧무용‧음악‧연극‧영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예술을 대중이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중계자로 평론이 등장한다. 평론가들은 음지에 가려진 예술 작품을 발굴해 대중에게 소개했고 그들의 행위 역시 예술의 하나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그런데 평론가들이 하지 않는 행위가 있다. 해당 작품이나 작가에게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단, 영화만큼은 이상하게도 예외다.

물론 평론가들이 점수를 매길 때가 있다. 심사위원으로서 수상자를 선정할 때 시상식 주최 측에서 제시한 평가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이때 역시 해당 시상식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른 평가지 그 작품에 대한 절대 점수는 아니다. 시상식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역으로 예술엔 절대평가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관해선 이런 불문율이 지켜지지 않는다. 현재 각 포탈사이트에선 개봉한 영화를 검색하면 해당 작품의 소개와 함께 관객들이 매긴 평점을 볼 수 있다. 관객들이 영화에 자신만의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주관적인 평가가 모이면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는 예술성과는 별개로 대중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 전체 관객의 평균 별점은 유의미한 지표가 되지만 개개인이 매긴 점수는 큰 영향력이 없다. 서울에 사는 김 아무개 씨가 어떤 영화에 최하점을 줬다고 해서 그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 기자와 평론가는 다르다. 어떤 영화가 본인 기준에 미흡했다고 하면 혹평을 할 순 있어도 ‘별 반개’ 식의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 영화의 역사가 짧다고는 해도 엄연히 미술이나 문학과 같은 예술이다. 고흐의 그림이나 소설가 한강의 작품에 점수를 매기지 않으면서 왜 영화에는 유독 별점을 다는지 묻고 싶다.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평론은 글로 해야지 숫자나 별 놀이로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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