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에 조폭 활극까지… 법정드라마 전성시대
법의학에 조폭 활극까지… 법정드라마 전성시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25 14:08
  • 호수 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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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다양한 법정드라마 쏟아져
최근 종영한 SBS '스위치'를 시작으로 KBS '슈츠', MBC '검법남녀', tvN '무법변호사' 등 법조인을 내세은 법정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신임 검사와 베테랑 법의학자의 좌충우돌 활약을 그린 '검법남녀'
최근 종영한 SBS '스위치'를 시작으로 KBS '슈츠', MBC '검법남녀', tvN '무법변호사' 등 법조인을 내세은 법정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신임 검사와 베테랑 법의학자의 좌충우돌 활약을 그린 '검법남녀'

무법변호사  법 보다 주먹이 앞선 변호사…   슈츠  대형로펌 뒷이야기 흥미진진

미스함무라비  현직 판사가 쓴 소설 원작…   검법남녀   검사 법의학자의 좌충우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이의 있습니다.”

국내 최초 법정물인 MBC ‘홍 변호사’(1980)와 처음으로 여성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SBS ‘박봉숙 변호사’(1995)를 비롯, 수많은 법정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내뱉은 대사다. 판사에게 한 말이지만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억울한 소시민들의 누명은 풀렸고 부도덕한 범죄자들은 감옥에 갇혔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속 시원한 감정을 느꼈고 동시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 

이후 해마다 법정드라마는 한두 편씩 꾸준히 방영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다수의 방송사들이 동시에 법정드라마를 선보이면서 일주일 내내 ‘이의 있습니다’라는 대사가 브라운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작품들 중 상당수가 변호는 뒷전이고 연애에 치중한 반면 최근 방영된 작품들은 첩보물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액션부터 짜릿한 사기극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법정드라마가 쏟아져 나온 배경에는 탄핵정국과 정권교체 그리고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대중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며 공정하고 사법적인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대중문화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스위치’는 천재사기꾼 사도찬(장근석 분)이 백준수(장근석 분) 검사 역할을 대행하며 악인들을 소탕하는 사기 활극을 표방한다. 작품은 법정 드라마라는 소재에 코미디와 액션, 스릴러를 고루 담으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사기꾼과 검사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한 장근석의 연기가 돋보였다. 

장동건, 박형식을 내세워 대형 로펌의 이야기를 그린 '슈츠'
장동건, 박형식을 내세워 대형 로펌의 이야기를 그린 '슈츠'

반면 동명의 미국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KBS2 수목드라마 ‘슈츠’는 한국 최고 로펌 ‘강앤함’의 전설적인 변호사 최강석(장동건 분)과 뛰어난 기억력을 탑재한 가짜 신입 변호사 고연우(박형식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로펌의 일상을 다룬다. 두 남성 변호사의 ‘브로맨스’(브러더+로맨스)와 철저한 성과주의인 대형로펌의 생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여타 법조 드라마와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법정드라마지만 재판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등장한 것도 모의법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꽃미남 배우가 뛰어난 지략으로 펼치는 협상을 통해 법정 못지않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5월 12일 첫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무법변호사’는 법 대신 주먹을 쓰던 무법(無法) 변호사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절대 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무법(武法)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거악소탕 법정활극이다. 배우 이준기와 서예지가 이혜영, 최민수와 대립각을 세우며 범죄를 소탕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극중 봉상필(이준기 분)과 하재이(서예지 분) 모두 남다른 캐릭터다. 봉상필은 어머니의 법률사무소였던 곳에 있던 일수 회사 사무실을 접수하고 조폭들을 직원으로 삼아 에너지 넘치는 활력을 보여준다. 하재이 역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정당방위로 남편을 죽인 사람에게 중형을 선고하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판사에게 주먹을 날리는 정의감 충만한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5월 21일 JTBC에서 첫 방송될 법정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배우 고아라와 성동일이 드라마 ‘응답하라 1994’ ‘화랑’ 이후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작품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한세상(성동일 분) 등 달라도 너무 다른 3명의 판사가 펼치는 생활밀착형 법정드라마를 표방한다.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재직 중인 문유석 부장판사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 또한 문 판사가 직접 대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 지수를 높이고 리얼한 법정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케 하고 있다.

5월 14일 첫 방송된 MBC ‘검법남녀’는 법정드라마와 법의학과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초짜 검사 은솔(정유미)이 괴짜 법의학자인 백범(정재영)과 손잡고 범죄의 흔적들을 되짚어 범죄자를 소탕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신에만 관심을 두고 살아 있는 사람에겐 무관심한 백범과 의욕만 앞선 은솔이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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