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세에 투표한 어르신이 주는 감동
114세에 투표한 어르신이 주는 감동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15 11:36
  • 호수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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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지방 행정을 이끌어가는 수장과 이를 감시하는 시‧도 및 시‧군‧구의원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여당이 초반부터 크게 앞서 갔고 투표 전날 열린 ‘세기의 담판’ 때문에 투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종적으로 60.2%를 기록하면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지방선거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빛난 사람은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진보정당에 무덤이었던 경남과 부산에서 승리한 김경수, 오거돈 당선인도 아니었다. 10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신성한 권리를 실천한 어르신들이었다. 

충청북도 옥천군의 최고령 유권자인 이용금(114) 어르신은 딸의 도움을 받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대구시 최고령 유권자인 문대전(109) 어르신도 이날 아들과 함께 투표에 참여했다. 특히 문 어르신은 지역 최연장자답게 대구 북구 복현2동 제6투표소가 차려진 문성초등학교에 가장 먼저 도착해 소중한 한 표를  투표함에 넣었다.
울산에 거주하는 김두애(100) 어르신도 울산 중구 우정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양지유치원에서 지역 일꾼을 뽑았다. 광주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114) 어르신은 앞서 6월 9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박 어르신은 직접선거가 시작된 1952년 8월5일 제2대 대통령 선거부터 이번 지방선거까지 모든 선거에서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수많은 어르신들이 연로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로 향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만19세가 되면 누구나 선거권을 얻는다. 광복 이후 1948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서부터 적용된 원칙이다. 그러다보니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하찮게 보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래봤자 한 표’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뽑을 사람이 없다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후보자를 둘러봐도 도무지 표를 주고 싶은 사람이 없다며 투표권을 내려놓은 것이다. 많은 후보가 출마하는 반면 정보는 부족한 지방선거가 특히 심하다. 그리고 이는 50%를 겨우 상회하는 투표율에서 잘 나타난다.

포르투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가 2004년 발표한 ‘눈뜬 자들의 도시’ 도입부에선 마을 주민 대부분이 투표소로 몰리는 장면이 묘사된다. 이들은 놀랍게도 70%가 넘는 백지투표를 던져 집권 세력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만약 이들이 투표소로 향하지 않았다면, 백지투표라도 던지지 않았다면 늘 그랬듯 변하는 건 없었다. 
투표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다. 세상이 좀더 나아지는 것을 원한다면 언제나 투표소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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