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로당, 쉼터에서 배움의 터전으로 변신
[기고]경로당, 쉼터에서 배움의 터전으로 변신
  • 신종수 경기 용인시 기흥구지회 감사
  • 승인 2018.06.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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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담고 있는 곳은 기흥구 구갈동 강남마을3단지 경로당이다. 이 구갈동에는 강남대학교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대학을 중심으로 9개 단지의 아파트촌이 형성된 까닭에 ‘강남마을’로 불린다.
특히 3단지는 가장 작은 단지이다 보니 세대수도 많지 않아 경로당 회원수가 총 23명이다. 90대 1명, 80대 3명은 모두 여성 어르신들이고 나머지 회원들은 70대로 비교적 젊은 편이라 상당히 활동적이고 친화적인 분위기의 경로당이다.
나의 어린 시절, 모든 생활 규범과 도덕적 기초가 되는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신 분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셨다. 그래서 언제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의 스승이었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청·장년기를 보내면서 존경심으로 가득했던 어르신들에 대한 이미지가 점차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 것은 담배연기 가득한 방에서 술에 취해 싸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목격한 뒤부터다.
이러한 경로당이 20여 년 전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우리 경로당은 가히 ‘혁신적’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아무도 경로당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분이 없고, 둘째 옛날부터 유일한 오락 도구였던 화투가 오래 전에 사라졌으며, 셋째 늘 드라마만 나오던 TV모니터가 노인건강, 신체구조 등에 대한 영상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는 경로당이 여가를 즐기는 쉼터로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배움터로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신이 가능하게 된 것은 바로 2017년 10월 21부터 그해 12월 23일까지 10주간에 걸쳐 기흥구지회에서 실시했던 ‘치매예방’ 교육 덕분이다.
모든 강의가 생전 처음 접하는 내용이다 보니 마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먼저 뇌 과학 분야 대석학인 박문호 박사로부터 5주간에 걸쳐 뇌 강의를 들었다. 특히 의대생들이나 공부했을 뇌의 해부도, 그중에서 대뇌피질 영역 지도 공부는 놀라운 지식을 주었다. 이 어려운 ‘대뇌피질 지도’를 5장 그리라는 박사님의 과제 덕분에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또한 육영수 여사의 주치의였던 최길수 박사로부터는 치매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신경세포는 한번 죽으면 재생이 안 되는데 지적 호기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새로운 지식 습득에 주력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피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받았다.
아울러 당뇨병과 치매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윤태욱 박사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뇌 영상 촬영기술 분야(PET)의 세계적 1인자인 조장희 박사로부터는 ‘뇌 MRI 촬영 기술’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의대 백선하 교수의 파킨슨병 강의도 좋았다.
이처럼 기흥구지회는 학습을 통해 경로당에서 서서히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걷자, 웃자, 읽자. 그러면 경로당이 활기찬 백세인생의 행복한 쉼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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