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통계에 나타난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 한국인 3명 중 1명만 “나는 건강”
OECD 통계에 나타난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 한국인 3명 중 1명만 “나는 건강”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7.20 14:40
  • 호수 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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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조종도기자, 이영주기자]    

2016년 태어난 한국인 기대수명 82.4세… OECD 평균보다 1.6세 길어

1인당 외래진료 받은 횟수 연 17회로 1위… 과체중·비만 인구비율 낮아

우리나라 검증 안 된 건강정보 홍수… 막연한 불안감에 과잉진료도

2016년 태어난 아기가 살 것으로 기대되는 수명이 82.1세로 미국보다 4년이 긴 나라.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인구 비율이 34.5%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두 번째로 낮은 나라. 이는 모두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수준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지표이다.

이렇게 좋은 건강지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최하위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OECD 평균(80.8세)보다 1.6세 길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5년 전(2011년)에 비해서 1.8세 길어진 상태다.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는 일본으로 84.1세였고, 스위스(83.7세), 스페인(83.4세)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라트비아는 74.7세였고 미국도 78.6세로 낮은 편이었다. 특히 미국의 기대수명은 2014년의 78.9세에 비해서도 오히려 짧아졌다. 그 이유로는 미국인의 의료보험 가입률이 낮다는 점, 비만률(71%)이 높은 점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고, 이는 회원국 평균(7.4회)의 2.3배나 된다.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18.1일로 일본(28.5일)에 이어 2위였다. 

총 병원병상수도 인구 1000명당 12병상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였고,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기) 등 첨단의료기기 보유대수도 상위권에 속했다.

우리나라의 암 사망률(2015년)은 인구 10만명당 168.4명으로 멕시코(114.7명), 터키(160.8명)에 이어 3번째로 낮았고, OECD 평균(201.9명)보다 33.5명 적었다.

총 사망 건수의 30%를 차지하는 심혈관계 질환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2015년)은 인구 10만명당 37.1명으로 일본(32.3명) 다음으로 낮았다. 뇌혈관질환 사망률(61.7명)은 평균 수준이었다.

과체중 및 비만인구 비율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우리나라가 34.5%인데 비해 OECD평균은 58.1%였고, 미국과 멕시코는 70%를 넘었다.

외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분야도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장기요양수급자 비율은 7.8%로 OECD평균(12.5%)보다 낮았다. 장기요양 돌봄 종사자수도 OECD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장기요양병원 병상과 시설의 침상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GDP(국내총생산) 대비 장기요양지출비의 비중이 급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듯 객관적인 보건의료 지표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문제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주관적인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나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전체의 32.5%에 불과했다. 국민 3명 중 1명만 자신의 건강상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캐나다와 미국은 조사 대상 10명 중 9명이 ‘자신은 건강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평균수명이 79세에도 못 미칠 정도로 객관적인 지표는 좋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건강염려증으로 설명한다. 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보통계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TV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가 과다하게 전해지고 있다”면서 “그런 정보를 접하다보면 사례로 제시된 환자와 자신의 증상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도 같은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덕종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어르신들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에 대해 익숙지 않고 부담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요인에 대해서도 신체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건강염려증은 건강에 대한 민감성을 높여 암을 비롯한 중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불안장애를 일으키고 과도한 의료비 지출의 원인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염려증’으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사람이 2016년에만 4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 19%, 40대 18%, 70대 14%, 80세 이상 4% 등으로 주로 중·고령층이 많았다. 

이덕종 교수는 “몸과 마음의 건강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건강염려증은 우울과 불안을 유발해 신체적인 불편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에 몰입하기 보다는,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병행하여 적절한 운동과 여가생활을 하고 술과 담배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종도,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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