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아관파천 때 사용된 덕수궁 서북쪽 ‘고종의 길’ 복원 8월 한 달간 시범 공개
문화재청, 아관파천 때 사용된 덕수궁 서북쪽 ‘고종의 길’ 복원 8월 한 달간 시범 공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8.03 13:46
  • 호수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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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선원전(璿源殿)과 미국대사관 관저 사이에 난 좁은 길인 ‘고종의 길(사진)’이 2년에 걸친 복원공사를 마치고 8월 1일 시범 개방 형식으로 공개됐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인 39.6도를 기록했지만, 개방 소식을 미리 접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길이가 120m에 이르는 고종의 길은 덕수궁 서북쪽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건너편과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을 잇는 좁은 길이다. 
고종의 길에는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그러나 고종이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아관파천 당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는 크다.
아관파천 때 덕수궁 영역은 덕수궁과 선원전, 현재 중명전인 수옥헌으로 나뉘었다. 선원전에는 왕의 초상인 어진을 봉안한 선원전을 비롯해 왕·왕후 시신을 모시는 흥덕전(興德殿), 발인 후 종묘로 옮기기 전까지 신주를 봉안한 흥복전(興福殿)이 있었다.
문화재청이 2014년 발간한 덕수궁 선원전 복원정비 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선원전 영역에 있던 건물은 고종이 1919년 승하하면서 모두 이전되거나 훼철됐다. 일제는 이 땅에 불교 포교소와 경성제일고등여학교를 건립했다.
문화재청은 선원전 훼철 한 세기 만에 조선저축은행 사택 등 건물 9동과 시설물을 철거하고 발굴조사를 거쳐 연차적으로 건물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보수를 마친 고종의 길은 선원전 영역 복원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고종의 길은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덕수궁을 정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늘날 서울역사박물관이 있는 경희궁으로 이동할 때에도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고종의 길을 온전히 거닐려면 지난해 8월 개방된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쪽 돌담길도 가보는 것이 좋다. 각종 사료에 따르면 고종은 덕수궁 북쪽에 있는 회극문(會極門)을 나와서 영국대사관 후문쯤에 있었던 이름을 알 수 없는 문을 통해 선원전 영역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고종의 길은 8월 한 달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10월에 정식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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