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자격증, 무용지물될라"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용지물될라"
  • 관리자
  • 승인 2008.04.1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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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관 난립… 수강료 챙기려 출석조작도

오는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될 경우 일선 가정 및 시설에 파견돼 어르신들의 수발을 담당할 요양보호사의 양성교육이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이상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요양보호사는 일정 교육만 이수하면 별도의 시험이나 절차 없이 국가공인자격증을 부여받을 수 있는 데다 매월 14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수강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최고 80만원의 수강료만 날리고 극심한 취업난에 부딪혀 제도시행 초기부터 난항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요양보호사 교육기관도 일정 시설 및 교수인력 기준만 충족하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설치 가능하다. 수강생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편법과 불법 행위가 나타나고 있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가 허술해 차후 장기요양보험 대상 어르신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3월 17일 기준, 시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승인된 기관 95곳을 비롯해 검토 중인 33곳을 포함해 128곳에 달하고 이들 교육기관에서 올해만 3만여명의 요양보호사를 배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예상하는 올해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는 5만여명이고, 요양보호사 배치기준(노인 3.3명당 1명)에 따라 8200여명이면 충분해 2만1800여명의 요양보호사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광주광역시도 이달 초 관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45곳에 이르며, 수강생도 4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월 27곳이었던 교육기관이 3월 한 달 동안 무려 18곳이나 늘었다. 요양보호사를 희망하는 수강인원이 넘쳐나면서 광주시가 예상하는 2010년 기준 수요인력 3900명을 이미 넘어섰다.


이처럼 단기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수강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요양보호사가 국가공인자격증인 데다 별도의 시험 없이 교육만 이수해도 자격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1급’의 경우 간호사는 40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고 간호조무사와 사회복지사는 50시간, 일반인의 경우도 240시간의 교육이수만으로 자격증이 발급된다. 현장실습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 소지자는 8시간, 일반인도 80시간만 하면 된다.


요양보호사의 자격증 취득이 다른 자격증에 비해 쉽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부는 물론 공무원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시민들이 대거 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신고제로 설립되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이 지역별로 난립하면서 수강생 유치를 둘러싼 교육기관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일부 교육기관은 수강생 유치를 목적으로 출석 편의 제공 등을 홍보하고 있다.

 

소정의 교육시간만 이수하면 시도지사로부터 자격증이 발부되는 점을 악용해 수강생이 규정된 교육시간을 채우지 못해도 교육기관이 알아서 출석률을 조작, 자격증 취득에 문제가 없도록 해 주겠다며 등록을 권유하고 있는 것.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수강료로 평균 50~60만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칫 수강료만 날리고 극심한 취업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도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지난 달초 각 지자체에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설립제한 요청’ 공문을 내려 보내 3월 10일 이후 노인복지시설 등 요양기관과 필수과목인 실습 교육을 위한 실습교육기관 계약을 맺지 말 것과 신규 교육기관 신고접수를 받지 말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복지국 관계자는 “교육기관과 수강생은 넘쳐나고 있지만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일일이 관리감독하기 어려워 매우 고심하고 있다”며 “현재 보건복지가족부 지침에 따라 실습기관으로 활용되는 요양기관 연계를 차단해 신규 교육기관 설립을 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요양기관 관계자는 “현재 요양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과 가정봉사파견원에게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했기 때문에 지금 자격증을 따더라도 취업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요양보호사 희망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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