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 지속하려면 보험료 인상 불가피”
“국민연금제 지속하려면 보험료 인상 불가피”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8.24 10:46
  • 호수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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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2057년 기금 고갈, 보험료율 24.6%로 치솟아

[백세시대=조종도기자]

소득대체율 45%로 재조정(1안), 40% 유지(2안) 제시

‘70년 뒤 1년치 지급액 보유’ 목표… 정부, 9월말 결론

8월 17일 열린 국민연금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장기재정 전망을 발표하는 성주호 재정추계위원장.
8월 17일 열린 국민연금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장기재정 전망을 발표하는 성주호 재정추계위원장.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연금 개선안이 제시됐다. 

개선안은 두 가지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재조정하는 것으로, 당장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11%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2안은 소득대체율을 예정된 40%로 낮추되 앞으로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조금씩 13.5%까지 인상하는 방안이다. 

두 차례 연금개혁에 따라 2018년 현재 소득대체율은 45%지만, 조금씩 더 줄어 2028년엔 40%까지 낮아지게 돼 있다. 소득대체율이 45%인 경우, 현재 기준급여가 300만원이라면 연금액은 135만원이 된다.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위해 구성된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재정추계위원회는 “4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이대로 갈 경우 2041년까지 증가하고(최대 1778조원), 2042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기금 소진 시점이 당초 계산보다 3년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제도를 이대로 방치하면, 기금이 고갈된 2057년에는 소득의 24.6%를 보험료로 내야 하고 지금부터 70년 뒤인 2088년의 보험료 부담은 소득의 28.8%까지 올라간다.

성주호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은 “소득의 30%까지 보험료를 내게 되면 연금을 지속하기 어렵고 미래세대는 연금을 받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의 말에는 이번에 국민연금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 4차 재정추계에서 눈에 띄는 점은 뚜렷한 재정목표를 제시한 점이다. 위원회는 가입자의 생애를 고려해 70년 뒤인 2088년까지 기금 적립배율을 1배로 유지하겠다는 재정목표를 세웠다. ‘적립배율 1배’는 보험료를 거두지 않더라도 1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도발전위원회가 제시한 두 가지 개선안은 모두 ‘2088년 적립배율 1배’라는 재정목표 달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제 기금 고갈 이야기는 그만하고 재정목표(적정기금)를 유지할 방안을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1안을 선택할 경우, 2033년까지는 재정목표를 지킬 수 있으므로 보험료율을 11%로 유지하다 적립배율 1배가 흔들리는 2034년에 12.3%로 인상한다. 이후에는 5년마다 한 번씩 ‘향후 30년간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을 찾아 계속 조정한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장은 “1안은 노후에 필요한 적정한 소득대체율(45%)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있다. 다만, 고령화로 후세대 부담이 크므로 보험료 인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안을 선택할 경우, 2030년부터는 보험료율에는 손대지 않고 단계적이고 복합적으로 지출을 조정해 재정안정을 도모한다. 또 65세인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2033년부터 2043년까지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해 연령이 많으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렇게 했는데도 재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도 다시 고려한다는 방안이다.

이용하 원장은 “2안은 다층연금에 바탕을 두고 있다. 향후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이 발전하면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모든 짐을 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소득대체율을 40%로 두고 지출조정에 신경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무가입 연령 연장 등 제안

재정안정 방안과 별개로 제도발전위는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우선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나이를 현행 60세 미만에서 2033년까지 65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소득이 있는 경우 가입 기간을 늘리면 더 많은 연금액 확보가 가능하고, 의무가입 나이가 늘더라도 소득이 없으면 납부예외자로 신청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연금을 받을 요건인 최소가입기간을 현재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해 국민연금 지급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출산크레딧(2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가입자의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것)을 개선해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출산크레딧을 부여하자고 했다. 지금은 둘째 자녀부터 부모에게 가입기간을 얹어주고 있다. 군복무크레딧도 현재 6개월만 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체 복무기간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어떤 개선안을 선택할까

복지부는 위원회의 자문안을 기초로 각계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협의 등을 거쳐 올해 9월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한 후,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자문안은 어디까지나 자문안일뿐 정부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연령 지급개시 연령을 67세로 늦추는 안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박능후 장관은 “정부는 지급개시 연령 연장을 고려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선안에 대한 국민의 들끓는 여론에 대해 “나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언급했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나 연금개시 연령 연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 점에 비춰 일단 2안은 채택되기 어렵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1안을 선택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45%로 높아지는 장점이 있으나 2034년 이후 보험료 인상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두 개의 개선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제3의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부의 개선안도 다양한 의견의 하나로 국회제출 과정과 그 이후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선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국민연금 폐지론을 가라앉힐 수 있는 길은 국민연금의 신뢰를 높여줄 수 있는 지급보장 명문화 작업이다”고 주장했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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