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2]술은 ‘약’이면서 ‘독’이다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2]술은 ‘약’이면서 ‘독’이다
  • 남지영 경희미르한의원 제주점 대표 원장
  • 승인 2018.08.24 11:03
  • 호수 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지영 경희미르한의원 제주점 대표 원장]

여름은 낮이 깁니다. 저녁 무렵이 되어도 해가 훤해서 술 한 잔의 유혹이 강해지죠. 더울 때 마시는 차가운 술의 목 넘김은 매력적입니다. 이 때문인지 여름 휴가철이면 음주 운전 사고가 많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 당국에서도 여름 휴가철에는 음주 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더군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안 좋지만, 적당한 술은 심장병을 예방하며 소화를 잘되게 하고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네덜란드 국립보건환경연구소의 40년에 걸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2g 정도의 알코올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낮추며 예상 수명을 5년 정도 길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참고: 소주 1잔 혹은 와인 1잔의 알코올양은 10g 정도)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음주는 간염, 간 경화, 지방간 등 간 기능계 질환은 물론 위염, 위궤양 등과 같은 소화기계 질환이나 당뇨병, 심장 마비, 성 기능장애 같은 질환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울증, 분노 조절 장애, 기억력 저하 등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나친 음주는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쉽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술의 장단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는 술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질이 아주 뜨겁고, 맛은 쓰고 달고 매우며, 독(毒)이 있다. 주로 약 기운을 운행시키고 온갖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애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장위(腸胃)를 두텁게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우울함을 없애며, 화나게 하고, 흉금을 털어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한다. 오랫동안 마시면 신(神)이 손상되고 수명이 줄어든다.”

술은 약으로 쓸 수 있으며, 소화를 잘되게 하고, 피부도 좋게 하며,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록과 함께 약으로 쓰는 술을 30여 종이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탕약을 처방할 때도 필요에 따라 청주(淸酒)나 황주(黃酒)를 이용해 약효를 높이도록 달입니다. 물론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꼭 필요할 때만 씁니다. 

어떤 약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술 역시 양날의 검입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만 적절한 음주는 좋죠. 균형 잡힌 식사로 위장을 채운 뒤 약간의 술을 곁들이고,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셔 해독을 돕는 방법을 취한다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안주는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출처: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맑은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