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영
한 발 뒤에서 다시 보면
온몸으로 봄을 싣고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리호(시인)
**
이 디카시는 2018 제4회 디카시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까이서 보면 돌 틈 사이로 보이는 들판이지만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온 몸을 싱그러운 봄으로 색칠한 한 마리의 새가 날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는 돌 틈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봄이 투영된 한 마리의 새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눈이 아니라면 누가 봄을 싣고 날아가는 저 활기찬 새 한 마리를 볼 수 있을까. 정말 시인에게는 제3의 눈이 있는 게 분명하다.
시인은 생산적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심미적 가치의 활성화를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문학 작품이 밥을 생산하고 생필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지친 삶을 위로하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할 수는 있다. 저 한 마리의 새가 봄을 싣고 날아가는 것처럼.
글=이기영 시인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