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산책]투영
[디카시산책]투영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8.24 11:23
  • 호수 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영

한 발 뒤에서 다시 보면

온몸으로 봄을 싣고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리호(시인)

**

이 디카시는 2018 제4회 디카시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까이서 보면 돌 틈 사이로 보이는 들판이지만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온 몸을 싱그러운 봄으로 색칠한 한 마리의 새가 날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는 돌 틈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봄이 투영된 한 마리의 새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눈이 아니라면 누가 봄을 싣고 날아가는 저 활기찬 새 한 마리를 볼 수 있을까. 정말 시인에게는 제3의 눈이 있는 게 분명하다. 

시인은 생산적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심미적 가치의 활성화를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문학 작품이 밥을 생산하고 생필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지친 삶을 위로하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할 수는 있다. 저 한 마리의 새가 봄을 싣고 날아가는 것처럼.    

글=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