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노년생활] “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자”
[활기찬노년생활] “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자”
  • 황경진
  • 승인 2008.04.21 2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쪼글, 꾀죄죄, 힘없는' 모습 탈피

 

가꿀수록, 돌볼수록 빛나는 노년

 

<사진설명> 어르신들이 당당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서울노인복지센터 늘푸른예술단 어르신들이 우리 춤을 배우는 모습.

 

노인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쪼글쪼글하고 꾀죄죄하고 힘없는’ 모습이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노인 자신을 더욱 늙고 초라하게 만들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로부터 비호감을 받는 원인이 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나를 갈고 닦고 조이고 돌보는 어르신들을 취재했다.  

   

◇자식에게 남기기보단 나를 위해 쓴다
사당동에 사는 최모(68)할머니는 최근 인생관을 바꿨다. 암 투병을 하던 친구가 지난 겨울 이생을 하직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글쎄 할멈이 암에 걸려 항암치료 받느라 피골이 상접해 있으면서도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 봐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하나 내색을 안 했어요. 그런데 죽고 나서 정리해보니 1억이 넘는 거금이 발견됐어요. 다들 ‘그게 뭐냐’고 한 소리 했지요. 자식들도 울고.”
그럴 돈이면 자기 몸이나 돌보다 가지, 입관을 할 때보니 뼈만 앙상하게 남아 죽은 모습도 처량했다며 최 할머니는 눈시울을 적셨다. 최 할머니는 내가 잘 살다가야 자식들도 좋지, 나 죽은 다음 자식들만 잘 살라면 자식 가슴에도 못 박는 일이라고 한다.
“자식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남겨 주려고 쫀쫀하게 살기보다는 남은 인생, 나를 위해 돈을 쓰며 젊고 즐겁게 살려고 해요.”

 

◇당당히 피부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받는다
“지난 설에 4남매가 다 모였을 때 선언을 했어요. 말로만 효도 하겠다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고요. 돈 좀 내라고 했지요.”
청파동에 사는 정모(67)할아버지는 자식들로부터 몇 십만 원씩 돈을 갹출 받아 아내 손을 잡고 나란히 피부과에 가서 젊어지는 시술을 받았다.     


“지들도 먹고 살기 빠듯할 텐데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키워주고 살도록 기반을 마련해 줬으면 부모한테 이 정도는 해 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며느리들의 불만이 좀 있었지만, 노부부가 검버섯과 잡티 빼고 주름도 피고 환한 얼굴이 되자 자신들도 나이가 들면 “아버님, 어머님처럼 할래요”하며 축하해줬다며 활짝 웃는다.
 
◇덩더쿵 덩더쿵 우리 춤추며 고혈압, 당뇨병 이긴다
안암동에 사는 김모(65)할머니는 5년 전부터는 고혈압이 생겼고 2년 전부터는 당뇨병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다. 한 아름되는 약을 먹으며 항상 조마조마 건강에 신경을 썼는데 그럴수록 걱정과 염려는 더욱 커졌다.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며 컨디션에 신경쓰기 보다는 죽기 아니면 살기다, 대범하게 지내기로 했어요. 내 몸에 생긴 고혈압, 당뇨 안 왔으면 좋았겠지만, 내게 온 이상 친구하지 뭐 하는 식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친구와 좀 더 활기차게 지내기로 마음먹고 복지관에 우리 춤 배우기를 신청했어요.”     


하루에 한 시간씩 덩더쿵 덩더쿵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오면 몸도 가뿐해지고 기분도 밝아져 다음날이 또 기대가 된다고 한다.


글/장옥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