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5) 바이칼 호수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5) 바이칼 호수
  •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08.31 13:37
  • 호수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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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 호엔 훌훌 벗고 일광욕 진풍경

6월말엔 바이크족 축제… 모닥불 피워놓고 보는 밤하늘 낭만적

‘시베리아의 푸른 눈’으로 불리는 바이칼 호수 전경. 세계에서 7번째로 넓은 바이칼호는 호수를 둘러싼 해발 2000m급 산에서 눈 녹은 물이 유입돼 수량이 풍부하고, 플랑크톤이 많아 물이 자연정화돼 깨끗하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으로 불리는 바이칼 호수 전경. 세계에서 7번째로 넓은 바이칼호는 호수를 둘러싼 해발 2000m급 산에서 눈 녹은 물이 유입돼 수량이 풍부하고, 플랑크톤이 많아 물이 자연정화돼 깨끗하다.

바이칼은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성스러운 바다’라는 별칭과 지구상의 많은 호수 중 가장 오염되지 않은 ‘시베리아의 진주’ 또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으로 불리고 있다. 

호수의 길이가 630km, 면적이 우리나라의 1/3 크기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다. 수심은 1621m로 세계에서 가장 깊다. 해발 2000m급 산으로 둘러싸여 눈 녹은 물이 365개의 강을 통해 유입되는데 그 수량이 엄청나다. 그러나 흘러나가는 곳은 오직 앙가라(Angara)강 하나뿐이다. 호수 물이 특별히 맑고 깨끗한 것은 보코플라프라는 새우 모양의 작은 갑각류가 말끔히 자연정화를 하기 때문이다.

바이칼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200km는 달려온 것 같다​. 호변의 백사장, 밀려오는​ 파도, 하늘로 이어지는 수평선, 아침 해돋이 등 모두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호수 옆 시내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은 꽃마을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들꽃이 만발하여 바람에 향기를 풍기고 있다. 이 마을이 너무 아름다워 하루를 묵기 위해 동네 할머니에게 부탁했으나 쉽지 않았다. 결국, 바이칼 호수 옆에서 캠핑할 수 있는 후보지 탐색에 나섰다. 

호변에는 옷을 훌훌 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름날 해수욕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호변에는 옷을 훌훌 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름날 해수욕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호변에 접근하기 위하여 실같이 가늘게 나 있는 숲속​길을 따라 신비로움​ 마저 더해주는 저녁 안개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호숫가 뜨겁게 달구어진 조약돌 위에 누워 일광욕하는 가족들. 햇빛이 귀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노출을 한다. 벌거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많아 마치 어느 해수욕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저녁 무렵 가족 단위로 일광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갔다. 

바이칼 호수를 둘러보는 관광객도 많지만 6월 말에는 유럽과 러시아 바이크들이 모이는 페스티벌이 바이칼호수에서 진행된다. 

호수 주변을 따라 길게 각양각색의 텐트가 평화롭고 자유롭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만 적막을 깨고 달빛은 요요히 호수 위에 떠 있다. 밤이 되자 쓸쓸하고 추워진다. 나무를 주워서 모닥불을 피웠다. 오랜만에 호숫가에 지핀 모닥불은 따뜻하고, 호수에 내려앉은 밤하늘은 낭만적이다. 아련하고 끝이 보이지 않은 거대한 호수는 푸근한 포용의 힘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바이칼은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호숫가를 거닐며 손녀 아이들에게 줄 선물로 모나지 않고 동글 넓적한 조약돌을​ 하나씩 주웠다. 나는 손녀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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