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1)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1)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10.19 18:44
  • 호수 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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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의 높은 설벽 사이 라이딩은 잊지 못할 짜릿한 질주

아무도 없는 설산에서 캠핑… 우주의 어느 행성에 온듯 고독과 자유 느껴

오금 저리는 바위 절벽 ‘프레케스톨렌’에 올라 서자 여기저기서 셔터소리

피오르드 위에 수직으로 솟은 바위 절벽 프레케스톨렌.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절경이 펼쳐지지만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오금이 저려 감히 서서 절벽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드물다. 필자가 바위 끝에 팔을 벌리고 서자 수십대의 카메라 셔터가 터지는 소리로 요란했다.
피오르드 위에 수직으로 솟은 바위 절벽 프레케스톨렌.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절경이 펼쳐지지만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오금이 저려 감히 서서 절벽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드물다. 필자가 바위 끝에 팔을 벌리고 서자 수십대의 카메라 셔터가 터지는 소리로 요란했다.

노르웨이는 일 년 365일 중 270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수도 오슬로의 거리는 좁고 고색창연하다. 대신 레일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노숙자가 많고 거리에서 호객하다 경찰이 오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노르웨이는 인구 53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나라다. 국토의 3%만이 경작 가능해 농업의 비중이 미미하다. 그러나 풍부한 수력발전으로 임업, 조선 등은 경쟁력이 있다. 1975년부터 영국과 공동 개발한 북해산 석유, 천연가스가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8만749달러(2015년 기준)로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이다.

오슬로 외곽 캠프장은 텐트 하나 치는데 2만2000원, 캐빈은 6만원, 카라반은 11만원을 받는다. 캠프장은 24시간 더운물을 사용하고 페이퍼 타월을 사용한다. 7월 말로 유럽의 학교 방학이 끝나면 예약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모두 캠프장으로 나오는 것 같다. 

어린이 놀이시설이 잘되어 있고, 어디서도 굴러다니는 비닐 조각이나 스티로폼 조각 하나 볼 수 없이 깨끗하다. 세계적인 산악 트레킹 코스와 피오르드는 노르웨이의 소중한 관광 자산이다. 특히 게이랑에르(Geiranger) 피오르드는 2005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으로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을 보여준다. 

이번 오토바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게이랑에르를 비롯한 세계적인 산악 익스트림 로드를 달리는 것이다. 우선 지도에서 20여 개의 산악코스 중 9개를 선정, 지도에 표시했다. 대부분 설산의 능선이나 7부 능선으로 달린다. 오래된 터널은 좁고 어둡고 위험한데, 세계에서 가장 긴 24km 터널도 코스 안에 들어 있다. 

노르웨이에 10일간 머물면서 일주일을 극한의 산악길에서 보냈다. 얼어있는 호수와 만년설의 높은 설벽 사이로 달리는 절묘한 길은 모험적이고 신비롭다. 고원의 산악지대에 쌓인 눈 사이로 실같이 트인 길은 꾸불꾸불하기도 하고 때론 안개 속에서 하늘로 사라지기도 한다. 호수는 얼어 있고 눈 녹은 물은 수없이 많은 폭포를 만든다. 

산악길이 얼지 않았다 해도 비에 젖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좁은 길옆에 2~3m 쌓여있는 설벽은 공포감을 더한다. 산악 날씨는 대부분 비가 내리거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씨이다.

우주의 어느 행성에 온 것 같은 이곳에서 혼자 밤을 새우며 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었다. 사방 50km 이내는 아무도 없다. 해는 저물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산악길 만년설 가운데 혼자 남았다. 밤이라도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없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도 없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소리뿐이다. 이는 절대 고독이며 자유로움의 극치라 할 것이다. 우주에 혼자 서 있는 느낌. 소리쳐 봐도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아침 태양은 찬란하다. 설산에 반사되어​ 비친 햇살은 더욱 강열했다. 텐트 자락을 젖히고 내다보는 첫 프레임은 신선한 태고의 모습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옷을 벗고 원시의 모습으로 대자연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고원의 이끼는 언제부터 쌓였는지 푹신푹신한 양탄자 같다. 

바위 틈새에 바늘처럼 가느다란 줄기에 바늘귀같이 아주 작은 꽃이 피었다. 아침 햇빛을 받으려는 듯 목을 길게 내밀어 바람에 흔들리는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다. 밤사이에 호수는 숨구멍만 남기고 얼었다. 뻐꾹새 울어 잠 깨우던 시베리아의 아침과 사뭇 다르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설원을 달리는 기분은 신비하고 짜릿한 기분을 선사한다. 만년설 사이로 실같이 트인 길은 꾸불꾸불하기도 하고 때론 안개 속에서 하늘로 사라지기도 해 라이더를 긴장시킨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설원을 달리는 기분은 신비하고 짜릿한 기분을 선사한다. 만년설 사이로 실같이 트인 길은 꾸불꾸불하기도 하고 때론 안개 속에서 하늘로 사라지기도 해 라이더를 긴장시킨다.

게이랑에르에서 63번 도로를 따라 설산을 넘고, 다시 258번 험한 산악길 게멀 스트런프젤스버그(Gamle Strynefjellsveg)를 따라 달린 이틀간의 라이딩은 잊을 수 없는 짜릿한 질주였다. 

산악코스에서 벗어나 베르겐으로 가는 중간에 하루 야영을 하며, 세계적인 바위 절벽 프레케스톨렌(preikestolen, 600m)에 오르기로 했다. 캠프장에서 1시간 30분 정도 등산해서, 청옥색 피오르드에서 수직으로 솟아있는 바위 위에서 등산로가 끝난다. 감히 서서 내려 볼 수 없어 모두 배를 깔고 엎드려 아래를 내려본다. 이때 바위 끝에 서서 팔을 벌려 자세를 취해주자 때를 기다리던 수십 대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진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앞에 작아지고 두려움에 움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두 즐거워하고 행복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애를 쓴다. 

베르겐은 관광도시답다. 베르겐에서 길을 찾고 있는데 교통 경관이 시내에서 가까운 캠프장까지 에스코트해 주었다. 경찰관은 예의 바르고, 친절하니 베르겐의 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센트럼에는 온통 배낭을 멘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오래된 목조건물이 아름다운 항구라기보다는 동화 속 꿈의 도시 같다. 규모가 작아서 더욱 아담하고 연인들의 속삭임이 들리는듯한 포근한 베르겐 어시장 아주머니는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인사한다. 우리나라 여행객이 많이 온다는 증거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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