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경제=라안일 기자]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특히 이 전 회장이 간암 등의 이유로 병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음주와 흡연을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2호 법정에서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 및 벌금 6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파기환송으로 이 전 회장의 2심만 세 번째 열리게 됐다.
이 전 회장은 섬유제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한 것처럼 조작하는 등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무자료 거래로 횡령한 것은 섬유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판매 대금인데 1·2심은 제품을 횡령했다고 간주해 횡령액을 정해서 잘못됐다는 취지다.
2번째로 열린 2심은 대법원 취지대로 206여억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산정해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해서는 잘못된 부분이 없다며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 원심이 일부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이번 파기 환송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2011년 1월 구속기소된 뒤 간암 등을 이유로 그해 4월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2012년 6월 병보석이 허락돼 현재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전 회장은 단 63일간만 구속되고 7년 7개월째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황제 보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최근 이 전 회장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폈다는 사실 등이 목격되면서 황제보석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 매체는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받은 사진 등을 근거로 간암3기인 이 전 회장이 음주와 흡연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해당 주점이 있는 마포역은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약 8km 떨어진 곳으로 병보석 허가 당시 집과 병원을 주거지로 제한하는 조건을 지키지 않았고 지적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현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주주일 뿐,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