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10] 한약 먹으면 살찌나요?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10] 한약 먹으면 살찌나요?
  • 허지영 경희미르한의원 광진점 대표 원장
  • 승인 2018.10.26 11:02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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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경희미르한의원 광진점 대표 원장]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얘기,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일단 살이 찌는 것은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내가 먹는 음식의 에너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한약에 들어 있는 에너지 혹은 칼로리는 어떨까요? 한의학에서 대표적인 보약으로 꼽히는 보중익기탕을 예로 들어 보면 인삼, 황기, 당귀, 시호 등 보약 성분이 다양하게 들어간 처방이지만, 한 팩당 겨우 12㎉입니다. 

하루에 두세 번 복용한다고 하더라도, 공깃밥 한 그릇의 칼로리인 313㎉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적은 양이죠. 이처럼 한약은 실제 칼로리가 높지 않은데, 한약을 먹으면 살찐다는 얘기는 왜 나온 걸까요?

첫째, 한약 중에는 식욕을 높이고, 체중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처방이 있습니다. 

한약에는 식욕 촉진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소화관의 운동을 개선하며, 위점막 장애나 위장관 염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처방이 있습니다. 이 처방들의 경우 소화 문제로 단기간에 체중이 감소하거나 만성적인 저체중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죠. 

그렇다면 이런 한약이 살이 찌게 하는 걸까요? 한약 중 소화기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한약인 육군자탕으로 쥐 실험을 한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소화기 장애로 저체중이 된 쥐에게서는 체중 증가 효과를 보였습니다. 한약은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알맞은 조절 작용에 강점이 있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신뢰를 실어주는 연구죠.

다만, 쥐 실험과 달리 사람에게서는, 또 실험실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결과가 조금 달리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정상 체중인데, 일시적인 소화 장애가 생긴 환자들의 경우, 치료 이후에 식탐이 나타나거나 과식하게 되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예를 진료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에도 한약이 살을 찌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소의 식사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한약이나 각종 엑기스에 넣는 첨가물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약을 못 먹는 경우가 있어 단맛을 내기 위해서 한약에 꿀이나 올리고당 같은 고칼로리의 단맛을 첨가할 때가 많죠. 그리고 홍삼 엑기스 같은 한약 유사제품에는 단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장기간 복용하면 칼로리 과잉으로 살이 찔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네 탕전원에서 붕어즙이나 다른 엑기스류를 사서 드실 때도 한약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붕어, 장어, 흑염소 등은 대부분 고단백 고칼로리라서 동물성 엑기스를 장기간 드시면 체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것은 정확히 진료를 받고 한약을 드시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상,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오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데, 살이 찔까 봐 한약을 못 먹겠다는 걱정, 이제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출처: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맑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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