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참 나를 찾아 떠나는 길
[기고]참 나를 찾아 떠나는 길
  • 배성운 경기 안양시 동안구지회 부지회장
  • 승인 2018.10.26 11:31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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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운 경기 안양시 동안구지회 부지회장]

불매야장(不寐夜長)/피권도장(疲惓道長)/우생사장(愚生死長)/막지정법(莫知正法)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어라/피로에 지친 사람에게 길은 멀어라/어리석은 사람에게 삶과 죽음의 길 멀거니/바른 법을 모르고 헛되이 산 때문이로세… 
-법구경 우암품(愚闇品) 중에서

부처의 기본적인 가르침(주로 윤리적인 가르침)을 짧은 경구로 적어놓은 교훈집인 ‘법구경’(法句經)은 읽으면 읽을수록 은은한 향기와 맛이 깊다. 몇 마디의 짧은 시를 읽다보면 어느 새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고 쓴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우암품에는 ‘아차비아 하우자재’(我且非我 何憂子財)라는 경구도 실려 있다. “내가 또한 내가 아닌데, 어찌하여 자식과 재산을 걱정하는가”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우화가 있다. 스승과 제자 스님이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오랫동안 먹지도 못하고 걸어가던 중 제자 스님이 “큰 스님, 배가 너무 고파서 도저히 못 걷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은 아무 대꾸 없이 계속 걷기만 했다. 제자는 이런 스승의 태도가 불만스러워 계속 궁시렁거렸다.
한참을 걷다가 어느 고개를 넘어서자 잘 익은 참외로 가득한 밭이 나타났다. 이를 본 스승은 제자에게 밭을 가리키며 참외를 몇 개 따오라고 권유했다. 도둑질을 권하는 스승의 모습에 제자는 당황해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워낙 배가 고팠던 제자는 못이기는 척 몰래 밭에 기어들어가 참외를 몇 개 따왔다. 제자가 배를 채울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 그 순간이었다.
“도둑이야.”
갑자기 스승이 이렇게 소리를 지른 것이다. 주인이 달려 나왔고 제자는 너무 놀라 참외를 집어던진 채 전력질주로 그 자리를 피했다. 한참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났고 스승이 물었다. 
“방금 전에는 배가 고파서 한 걸음도 걷지 못하겠다고 하더니, 좀 전에는 잘도 달리더구나. 한 걸음도 못 걷겠다던 네가 너이더냐, 아니면 잘도 달리는 지금의 네가 너이더냐?”
자기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 데 남을 걱정할 수는 없다. ‘아차비아 하우자재’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성찰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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