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수리 봉사하는 배정웅 대한노인회 서울 관악구지회 부지회장
지팡이 수리 봉사하는 배정웅 대한노인회 서울 관악구지회 부지회장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8.10.26 14:23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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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순회하며 마모된 고무캡 무료 교체

생활 어려운 노인에겐 새 지팡이 선물도

배정웅 서울 관악구지회 부지회장이 새 지팡이를 선물하고 있다.
배정웅 서울 관악구지회 부지회장이 새 지팡이를 선물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관악구지회 배정웅 부지회장(76)은 요즘 ‘지팡이 박사’로 불린다. 지난 6월부터 관내 경로당을 순회하며 어르신들의 지팡이를 고쳐주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주로 수리하는 곳은 지팡이 끝 고무캡. 많이 닳아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 매끄러운 바닥을 짚을 경우 미끄러져 위험할 수도 있다.

정작 자신은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지팡이 박사’ 반열에 오른 건 100세를 앞둔 어머니(96)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외출시 가끔 지팡이를 헛짚는 경우를 보고 문득 지팡이에 문제가 있나 싶어 살폈더니 끝부분 고무캡이 많이 마모돼 있었던 것. 곧바로 고무캡을 구입해 교체했더니 어머니가 “진작 바꿀 껄”하며 무척 좋아했다. 

“사실 그동안 관심을 안가진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어르신들 지팡이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경로당을 찾아가 지팡이를 봤더니 대부분 고무캡이 많이 닳아있었어요”

그래서 경로당 순회 지팡이 수리에 나섰다. 개당 1500원 하는 고무캡은 자비로 구입했다. 지난 6월 20일 신림현대아파트경로당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1~2곳을 방문해 최근까지 20여개 경로당에서 총 130여개의 지팡이 고무캡을 교체했다.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겐 새 지팡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아들이나 며느리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을 해준다며 두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말할 때 이게 바로 보람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끔히 수리된 지팡이로 바닥을 짚어보고 “아이고 편하다!”며 좋아하는 어르신들 모습에 고무캡을 교체한 지팡이를 짚으며 좋아하던 노모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래서 경로당을 나설 때 효도한 기분이 들어 즐겁단다.

지팡이를 자주 만지다보니 높이 조절 등 부수적인 서비스도 제공하게 됐다. ‘지팡이 박사’라는 별칭에 걸맞게 실력을 갖추게 된 것. 

오랫동안 건축업에 종사해온 배정웅 부지회장은 평소 불우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청소년선도봉사 등 봉사생활을 펼쳐 대통령 표창과 서울시장 표창 등 각종 표창을 수상했다.

이처럼 몸에 배인 봉사정신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에 그치지 않고 많은 어르신들에게 봉사의 손길을 뻗치게 된 것이다.

지팡이 수리 외에도 서울연합회 경로당지도사 자격으로 경로당을 순회하며 경로당 회칙과 규약에 대한 설명과 서류작성법 등을 알려주는 등 또 다른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관악구에만 114개의 경로당이 있는데 올해 안에 다 방문하기 어려워 안타깝다는 그는 자신의 작은 노력이 계기가 돼 전국에서 지팡이 봉사가 펼쳐지기를 학수고대한다고 희망했다.

“알고보면 아주 쉬운 일인데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세요. 작은 것에 큰 감동을 받는 어르신들 모습에서 분명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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