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성으로 버무려 더 맛있어진 것 같다” 참가자들도 감탄
‘상록수’의 고장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서 ‘상록수’의 봉사와 희생정신을 잇는 아름다운 행사가 열렸다.
11월 28일 오전, 대한노인회 경기 안산시 상록구지회(지회장 최태옥)가 개최한 ‘독거노인 및 경로당 어르신을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이 그것. 2016년 처음 시작해 이번이 세 번째다.
김장을 담그는 현장은 옛날 힘든 노동을 함께 나누는 공동 노동 풍습인 ‘두레’의 현장과 같았다. 이른 아침부터 나온 30여명의 경로당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 직원 등 60여명이 1000여 포기의 김장을 담그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거긴 속을 너무 많이 넣었네”, “천천히 골고루 잘 버무려요.”
7~8명씩 옹기종기 모여 김장을 담그는 현장. 능숙한 손놀림에 수북히 쌓인 배추들이 금세 바닥이 나고 다시 절인 배추와 양념이 투입된다. 완성된 배추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넘겨받아 7~8포기씩 포장을 하고 직원들이 밖으로 옮겨 쌓았다.
배추가 어르신들의 손맛으로 잘 버무려져 맛있는 김장이 완성되고 포장되어 옮기는 과정이 마치 자동화시설을 보는듯 손발이 척척 맞았다.
윤화섭 안산시장의 부인과 김철민 국회의원의 부인도 어르신들과 함께 김장을 담갔다. 빠른 손놀림에 옆에서 지켜보던 한 어르신이 “못하면 야단치려고 했는데 너무 잘하네!”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후원한 튼튼병원 홍원진 원장과 건강보험공단 홍순경 안산지사장 등도 직원들과 함께 김장포장을 도왔다.
젊은이들도 김장을 담그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고 할 정도로 김장 담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은 2~3시간을 쉬지 않고 김장을 담갔음에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본오1동 본원경로당에서 온 윤길자(74), 박순덕(73), 허남순(72) 어르신은 “웃고 떠들며 즐겁게 김장을 담그다 보니 전혀 힘든지 모르겠다”며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에 더 정성을 들여 집에서 한 것보다 더 맛있게 담가졌다”고 말했다.
김장담그기가 끝난 뒤 모두 모여 김치를 시식하며 음식을 나눠먹는 시간을 가졌다.
안산 상록구지회 최태옥 지회장은 “마치 잔치집 분위기 같았다. 힘든 일임에도 앞다퉈 참가해준 회원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은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장김치를 담갔다”고 말했다.
안산시 상록구의 ‘상록’은 1935년에 나온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서 따온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시기에 봉사와 희생으로 농촌계몽활동 등을 펼친 안산 출신 여성운동가 ‘최용신’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이날 쌀쌀한 날씨에 여성 어르신들이 온몸에 고춧가루 양념을 묻혀가며 헌신한 ‘사랑의 김장나누기’ 현장에서 소설 ‘상록수’ 속 수많은 여자주인공을 보는 듯 했다. 이날 어르신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담근 김장은 450개 박스에 담아 독거노인과 경로당에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