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노인인권증진 토론회…“노인과 젊은 세대가 공감‧교류하는 프로그램 필요”
인권위, 노인인권증진 토론회…“노인과 젊은 세대가 공감‧교류하는 프로그램 필요”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1.30 13:29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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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영주기자]

세대통합 기회 부족으로 갈등 증폭… 교육‧축제 통해 서로 이해해야

정보화 교육도 세대갈등 해소에 도움… 가부장적 문화 바꿔 나가야

노인 혐오와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한 ‘어르신 힐링 세대공감’ 행사에서 여학교 학생들이 어르신들께 안마를 해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인 혐오와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한 ‘어르신 힐링 세대공감’ 행사에서 여학교 학생들이 어르신들께 안마를 해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노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이 확산되고 있다. 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라는 뜻의 ‘틀딱충’, 시끄럽게 떠드는 할머니를 매미에 비유한 ‘할매미’, 나라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을 일컫는 ‘연금충’ 등 노인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노인혐오와 이에 따른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 세대통합 증진 방법을 개발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한국노인과학기수단체협의회가 공동주최한 ‘노인인권 증진을 위한 토론회’에서다. 

송오영 인권위 사회인권과 과장은 “노인혐오가 심각해질 경우 ‘노키즈존(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 현상과 같이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와 차별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며 “노인 당사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 노인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 과장은 또한 “노인과 비노인 세대 간에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제도나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며 “세대공동체 축제, 문화 및 교육 행사 프로그램, 가족 단위의 활동 프로그램 등 세대 간 교류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어떠한 역할을 강화해야 하며, 어느 기관이 주도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용만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도 세대 간 교류 강화를 강조하고, 전 세대가 합의한 노인 지원책 마련을 제언했다. 

전 회장은 “고령사회를 예견하기는 했지만, 고령사회를 대비한 의제를 제시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은 전무했다”며 “구성원들이 동의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노인에게 매우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층 정보화 교육을 강화해 노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세대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 명의 토론자를 통해 제기됐다. 

임홍재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원장은 “전통적 고정관념의 문화 속에서 살아온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어릴 때부터 변화된 가치관 속에서 성장한 청년층의 가치관은 상이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가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사회의 책임과 안전망 확대, 전 세대의 정보 접근권 보장 등 정부와 미디어의 책임 있는 노력이 노인혐오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스며든 다양한 혐오를 해소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용만 회장은 “최근 노인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이나 휴대폰 사용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며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지역 내 관련복지시설이 필수적으로 이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원영희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디어를 통한 세대통합을 제안했다. 나이듦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노인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자는 의견이다. 

◇가부장적 문화가 노인혐오 일으켜

토론회에서는 가부장제 문화를 해소해야 노인혐오 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에 따르면, 좌담 등을 통해 연구한 결과 20대 여성이 노년 남성에 대해 느끼는 혐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이는 20대 여성이 노년 여성에게 ‘피곤하다’는 정도의 감정을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20대 여성의 경우 성희롱이나 성추행, 지하철에서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노인 남성을 떠올리며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40대 여성들의 노인혐오 대상도 노년 남성이었다. 상당수의 40대 여성들은 노년 남성을 ‘노년에 이르러서도 자신을 돌볼 줄 모르고, 질병과 죽음에 대항하는 노력조차 여성에게 떠맡기는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김 대표는 “이들은 발전주의와 국가주의, 남성중심주의 속에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의 태도를 못 견디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이들이 보인 노인혐오는 노인 개개인보단 가부장제를 향한 저항의 성격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부장적 성문화를 바꾸는 것이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경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사회갈등이 발생하게 된 사회구조에 대한 성찰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며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효 이념의 강조를 경계하며, 덜 경쟁적이고 공유하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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