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노인학회, “노인 연령기준 75세는 돼야”
이탈리아 노인학회, “노인 연령기준 75세는 돼야”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12.07 10:48
  • 호수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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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조종도기자]

노인학회 총회서 “현 65세는 30년 전의 40세에 해당”

한국은 정치적 반발 우려 사회적인 논의조차 답보상태

이탈리아에서 노인의 연령기준을 대폭 올려 75세가 넘은 사람들을 노인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신문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11월 30일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 노인학회(SIGG) 총회에서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노인으로 간주되는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피렌체대학 인구학과의 니콜로 마르키온니 교수는 “오늘날 65세는 30년 전 40~45세 장년층, 75세는 1980년의 55세에 해당하는 육체적, 정신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증가하는 수명에 발맞춰 노인으로 보는 나이를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SIGG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보통 향후 기대수명이 평균 10년 정도 남아있는 사람들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20세기 초반에 출생한 사람들은 이 같은 기준에 따라 50세 초반이면 노인으로 분류됐으나, 이제 평균 수명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노인으로 정의되는 시점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이탈리아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고령화 사회다. 평균 수명이 1900년대 초에 비해 약 20년 늘어나 현재 여성의 평균 수명은 85세, 남성 80.6세에 이른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6050만 명에 달하는 이탈리아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의 약 22.6%, 80세 이상은 약 7%에 이른다.

노인병리학자인 로베르토 베르나베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탈리아 노인들은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사회관계에 할애하고 있다”며 “그들은 사회의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마르키온니 교수는 “이런 현실을 종합할 때 이제 65세인 사람은 더 이상 노인으로 볼 수 없다”며 노인 연령이 지금보다 10년가량 높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탈리아에서의 이러한 변화가 아직은 법 제도로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노인연령 기준 상향과 관련해 논의조차 답보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인 기준연령은 지난 2016년 5월 대한노인회가 공론화를 제안한 이후 사회적 논의의 물꼬가 트이는 듯 했다. 정부는 ‘2017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노인 기준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2017년부터 본격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토론회도 한 차례 열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노인 기준연령 조정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기준연령이 높아지면 상당수가 혜택에서 제외된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지하철 무료이용 등도 영향을 받는다.

노인 기준연령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고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혜택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한 50~60대 연령층의 반발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 기준연령을 높일 경우 퇴직자들의 ‘소득 공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정년 연장 등의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일반 국민의 여론은 노인 기준연령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20~69세 근로자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 나이를 평균 68.9세로 제시했다. 이미 60대에 진입한 사람들은 70.2세라고 응답했다.

올해 5월 발표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인구 중 86.2%가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보았다. 다만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선 67.6%가 ‘현행 유지’ 입장을 보였다.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사회복지학, 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는 “우리나라의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연장되고 사회적인 활동(일이나 사회공헌)을 계속하기 원하는 60-70대 연령층이 많은 만큼 생애주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65세 이상을 노년기로 보는 것에서 탈피해 60~79세 연령층을 ‘장년기’(長年期)로 분류하고 노년기는 80세 이상부터로 하자는 제안이다.

노인 기준연령을 하루아침에 상향 조정하는 건 노인빈곤의 심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논의조차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를 뻔히 보고도 해결을 회피하는 자세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정부기구를 중심으로 사회적인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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