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플라스틱은 인류의 재앙인가
[백세시대 / 세상읽기] 플라스틱은 인류의 재앙인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1.18 13:19
  • 호수 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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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자원 고갈 막고 환경보호에도 중요 역할 해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만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행사가 하나 있다. ‘프라모델’ 전시회이다. 어른들도 취미로 즐기는 프라모델은 플라스틱이 주재료이다. ‘플라스틱 모델’의 줄인 말로 일정한 비율로 축소한 수십, 수백 개의 플라스틱 조각들을 플라스틱용 시멘트로 접착해 자동차, 비행기, 군함 따위의 모형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축소지향주의인 일본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였으나 중국에 밀려나 요즘은 ‘트럼페트’·‘메리트’·‘하비보스’ 등 중국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매년 새 금형과 함께 극사실적인 디오라마를 선보이는 전시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와 비슷한 행사이다.  

기자는 프라모델을 볼 때마다 플라스틱의 장점에 감탄하곤 한다. 저렴한 가격에 영구적으로 변질되지 않으며 무한한 변형과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이 같은 소재를 또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연간 3억5000만톤 정도가 생산되고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양은 약 83억톤으로 집계된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플라스틱 중 약 9%만이 재활용됐고 12%가 태워졌으며 79%는 모두 땅속에 폐기물로 묻혔거나 버려졌다. 

크기가 5mm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치약, 각질 제거 세안제, 공업용 연마제 등에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버려진 플라스틱들이 햇빛과 마모에 의해 서서히 부서져 생성되기도 한다. 이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몸속에 축적될 수 있다.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이들은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면서 아예 플라스틱을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악마의 용기’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그런데 정말 플라스틱은 인류에게 해롭기만 한 걸까. 

최근 한 교수가 설득력 있는 예를 들며 ‘그렇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는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곳에 철이나 나무로 대체한다고 생각해보라. 만약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당신 자동차의 범퍼가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된다면 그 자동차를 구입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사실 썩지 않는 물질들은 금과 돌 등도 많이 있고 그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해왔다.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무분별한 벌목 등 천연자원들의 엄청난 사용으로 환경에 더 큰 해를 입혔을지 모른다.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잘 살고 편하게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양의 화석원료들을 꺼내서 연료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게 됐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인류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됐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절제하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으며 그것은 인간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며 “꼭 필요한 양 만큼만 만들어서 사용 후에는 재활용이라도 잘 했다면 오늘날의 플라스틱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오히려 플라스틱은 천연자원의 고갈을 막고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재활용 플라스틱 등장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미래 화학산업이 기존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많은 화학물질과 고분자들을 친환경 바이오 기술로 생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화학기업들이 앞장서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한화케미칼·한국바스프·SK이노베이션 등은 일회용 컵을 없애고 대신 직원들에게 머그잔이나 스테인리스스틸컵을 지급하고 있다. ‘백세시대’를 발간하는 노년시대사도 일찍부터 일회용 컵 사용을 억제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회사가 신입 기자에게 머그컵을 제공하거나 텀블러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우리 모두가 ‘넘치면 부족함보다 못하다’(과유불급·過猶不及)는 선현들의 말을 기억하면서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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