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커피, 덜 먹고는 못사는가?
[백세시대 / 기고] 커피, 덜 먹고는 못사는가?
  • 백인호 충북 청주시
  • 승인 2019.01.25 14:16
  • 호수 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커피 애호국이 됐는지 알 수 없으나 어디를 가나 엄청 마셔댄다. 식당자판기부터 축제마당, 행사장, 교육장까지. 사람이 많이 보이는 곳이면 으레 기본적으로 커피 믹스가 등장한다. 그뿐인가. 동네마다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뽑아낸 이탈리안 정통 커피인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번화가의 경우, 한 집 걸러 커피숍이 있기도 하다. 대단한 인기 식품이다. 지인끼리 만나 “차 한 잔 하자”면서도 대개 커피를 마신다.

차 문화로 대표 되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식사 전후로 녹차를 비롯해 각종 차를 마시는데 그들도 어느 샌가 커피에 길들여져 전통차의 소비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런 걸로 보아 커피를 사랑하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커피가 생산되지 않으니 아마도 매년 수백톤의 커피원두가 수입될 것이다. 쌀독에 양식이 떨어져도 주방에 커피 믹스는 채워져 있을 것이다. 술‧담배 못지않게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도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농촌도 도시 못지 않게 커피중독이다. 15년 전 돌아가신 장인어른께서는 하루 열 잔이고 스무 잔이고 사양하는 법이 없이 밥을 제치고 커피를 드셨다. 오죽했으면 지금 제사상에는 술 대신 커피가 올라간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커피만큼 많이 먹는 식품도 드물다. 하물며 들일을 할 때 80대의 노인이 커피를 안 주면 일을 안 한다는 말도 나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침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이 요물 식품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전에 ‘백세시대’ 건강칼럼에서 유태종 식품영양학 박사는 하루에 두 잔 이상 커피를 먹지 말 것을 경고한 바 있다. 알려졌다시피 카페인이 몸에 과도하게 쌓이면 건강을 해친다고 한다. 

반면 커피는 제2형 당뇨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제2형 당뇨는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체내에서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매일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 제2형 당뇨 발병 위험이 7% 낮았다. 매일 3~4잔씩 마시면 무려 24%나 줄었다. 이밖에 알츠하이머, 간암, 파킨슨 병 위험도 감소시켜준다는 연구도 있다. 이쯤 되면 마시면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알 수 없다.

필자도 간에 좋다고 해 블랙커피를 간혹 먹긴 한다. 하지만 우리네 전통음료만 못하다. 아무리 커피가 난다 긴다 하더라도 식사 후에 먹는 노란 누룽지가 동동 뜬 구수한 숭늉만 하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