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언제까지 낙태죄의 굴레 씌울 건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언제까지 낙태죄의 굴레 씌울 건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2.15 13:29
  • 호수 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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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강원 강릉의 한 펫숍(동물분양업소)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한 여성이 3개월 된 말티즈를 집어 던져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미 여러 마리의 강아지와 살고 있던 이 여성은 새로 분양받은 말티즈가 똥을 먹자 깜짝 놀라 해당 펫숍에 환불을 요구했다. 이때 펫숍 측은 강아지는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로 인해 똥을 먹을 수도 있다며 환불 조건에도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이에 분개한 여성이 화를 참지 못하고 비상식적인 일을 벌인 것이다. 원치 않는 동물 입양이 빚은 비극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낙태 문제가 떠오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강간에 의한 임신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낙태는 불법이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 1항에 따라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 받는다. 또 의사나 조산사 등 함부로 낙태 수술을 진행했다가는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270조 1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을 처벌 받는다.

최근 낙태는 줄고 있는 추세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률은 만 15~44세 여성인구 1,000명당 4.8건으로 나타났다. 2005년(29.8건), 2010년(15.8건)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다. 이유는 간단하다. 피임을 잘하고 응급(사후) 피임약 덕분에 원치 않는 임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그간 낙태죄를 합헌이라 판단한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생명윤리를 내세웠다. 이로 인해 한동안 태아는 언제부터 생명체로 봐야 하는가 하는 논쟁도 일어났다. 다 떠나서 정말 생명의 가치를 중요하다 여긴다면 낙태죄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 잘 키우는 사례도 많지만 역으로 강릉 펫숍 사건처럼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치해 죽음으로 내모는 사건도 많이 일어난다. 낙태하고 싶었지만 못해서 벌어진 이런 범죄는 국가에도 책임이 절반 이상 있지만 과연 지고 있는가. 전혀 아니다.

국가는 원치 않게 태어난 아이에 대해 무한정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낙태죄의 굴레는 산모가 평생 짊어지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다. 입양이다. 하지만 입양가정에서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도 있다. 낙태가 금지돼 태어난 아이들이 단 한명이라도 고통 받는다면 그 아이를 태어나게 한 사회가 죄를 뒤집어 써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여성들에게 원치 않는 임신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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