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뮤지컬 ‘라이온 킹’… 200여개 동물 탈‧인형으로 사바나 초원 완벽 재현
예술의전당 뮤지컬 ‘라이온 킹’… 200여개 동물 탈‧인형으로 사바나 초원 완벽 재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2.15 14:03
  • 호수 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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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동명의 애니매이션이 원작… 20개국 100여 도시에서 1억명 모은 대작

어린 사자가 정글의 왕이 되는 과정 감동적으로 그려… 무대예술 압권

동명의 애니메이션 원작을 뮤지컬로 꾸며 20년간 1억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라이온 킹'이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극중 호시탐탐 왕권을 노리는 2인자 스카(왼쪽)와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이자 정글의 왕인 무파사가 대립하는 모습.
동명의 애니메이션 원작을 뮤지컬로 꾸며 20년간 1억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라이온 킹'이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극중 호시탐탐 왕권을 노리는 2인자 스카(왼쪽)와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이자 정글의 왕인 무파사가 대립하는 모습.

지난 2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의 막이 오르자 개코원숭이로 분장한 배우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나~주 평야~ 발바리 치와와’(실제 가사는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로 남아프리카의 흑인 민족인 줄루족이 쓰는 언어다)로 시작하는 엘튼 존 작곡의 ‘삶의 순환’(Circle of life)을 부르자 객석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어 오페라하우스 뒤편 문이 열리고 코끼리, 산양, 기린, 얼룩말, 새 등 각종 아프리카 동물의 탈과 옷을 입은 배우 수십 명이 객석을 지나 무대로 천천히 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영화 ‘라이온 킹’의 인상적인 도입부를 완벽히 재현하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12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찾은 뮤지컬 ‘라이온 킹’이 매진 돌풍을 일으키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1994년 개봉해 10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동명의 애니매이션 영화를 뮤지컬로 바꾼 작품으로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전 세계 20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1억만 명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지난해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시작해 올해 1월 9일부터 3월 28일까지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후 4월엔 부산으로 옮겨 열기를 이어간다. 

작품은 광활한 아프리카 대지에서 뛰어놀던 장난꾸러기 사자 ‘심바’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성장 드라마를 담고 있다. 어린 사자 심바는 정글의 왕인 아버지 ‘무파사’에게서 자연의 섭리와 법칙을 배우며 하루 빨리 왕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부자(父子)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가 있었다. 무파사의 동생이자 2인자인 ‘스카’가 반역을 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하이에나들과 결탁해 음모의 계략을 꾸며 무파사를 살해하고 그 죄를 심바에게 뒤집어씌운다. 스카는 하이에나들을 통해 심바마저 죽이려하지만 심바는 추격을 피해 멀리 달아난다.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심바는 자신을 구해준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를 만나 그들에게 과거의 나빴던 일들과 걱정근심을 모두 떨쳐버리자는 뜻의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를 배우면서 완전히 달라진 삶을 시작하고 자신의 과거와 고향을 잊으려 한다. 

티몬과 품바의 보살핌 속에 건장한 사자로 성장한 심바는 우연히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암사자 ‘날라’와 재회를 하게 된다. 그를 통해 잊고 있던 왕국과 자신의 운명을 깨달은 심바는 작은 아버지이자 원수인 스카에게 맞서게 된다.

이번 작품은 ‘사람이 동물연기를 하면 유치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환상적인 무대 예술로 날려버린다. 초연 연출가이자 의상 디자이너인 줄리 테이머는 아시아의 가면무용극과 인형극에 아프리카 고유의 마스크를 섞어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배우들 역시 동물들이 점프하는 모습, 거기에 꼬리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정글에서 넓은 천을 두른 암사자들이 사냥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특별 제작한 200여개의 ‘퍼펫’(인형극에 쓰는 가면이나 인형, Puppet)과 이를 활용한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더해져 웅장하고 드넓은 아프리카의 초원 사바나를 무대 위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도 인간의 삶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탄생, 성장, 욕망, 근심, 죽음 등 생명의 순환으로 상징되는 인간과 자연의 섭리를 담아낸 것. 생명은 죽음에서 시작하고, 자연스러운 생명의 순환 속 저마다의 본분을 찾으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강조한다. 

퍼펫 이외에도 대작다운 압도적인 무대 장치도 볼거리다. 700여 개의 조명장치를 통해 형형색색으로 사바나를 재현한 것은 물론 각종 소품을 통해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입부인 심바의 후계자 명명식 외에도 스카의 계략으로 골짜기로 내려오는 물소 무리의 출현 장면은 무대라는 특성에 맞게 모형을 통해 최대한 원근감을 살리며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영어로 진행되는 작품이지만 중간 중간 위트 넘치는 한국어 대사를 넣어 박장대소를 이끌어낸다. 화려한 무대 커튼을 보고 한국어로 대구공연에서는 “서문시장(서울공연은 ‘동대문시장’)에서 파는 샤워 커튼 같구나”라고 하거나, 품바가 놀랐을 때 “오 마이 갓(Oh my god)” 대신 “대박”을 외치는 식이다. 자막 역시 적절한 의역과 ‘소오름’ 같은 유행어를 넣어 웃음을 유발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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