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 환자, 싱겁게 먹어야
간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 환자, 싱겁게 먹어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2.21 21:09
  • 호수 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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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증의 증상과 치료

[백세시대=이수연기자]

만성 B형간염이 원인의 70% 차지… 악화될 때까지 증상 잘 안 나타나

복수 차고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 위험…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 많아

간은 재생이 잘 되고 보상 능력이 좋아서 웬만큼 손상이 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보통 간 기능이 20~30%만 남더라도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수술이나 외상에 의해 간을 절제하더라도 정상 크기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만성질환으로 간이 손상되기 시작하면 건강한 간으로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 

간경변증은 간에 생긴 상처와 염증으로 정상적인 간 조직이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는 만성적인 염증이다. 부드러운 간이 돌덩이같이 딱딱하게 변해 원래 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질병이다. 간경화, 간섬유증이라고도 부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간경변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0만2678명으로 50대 환자가 가장 높고, 60대, 40대로 이어졌다. 또, 여성 환자보다는 남성 환자가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경변증의 증상

간경변증이 진행된 간은 딱딱하고 광범위하게 흉터가 생기면서 간의 구조가 뒤틀리게 된다. 인체의 가장 큰 화학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간은 콜레스테롤을 처리하고, 근육이 기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하며, 혈당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도록 돕고, 여러 호르몬을 조절하는 등 많은 기능을 한다. 

따라서 간 질환은 우리 몸의 기능이 광범위하게 저하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간 질환 중에서도 간경변증은 그 자체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질환으로 꼽힌다. 

간경변증 초기에는 만성 간질환에서 나타나는 만성 피로나 식욕부진, 구역질, 복부 불쾌감 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간질환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더 진행되면 눈과 피부에 황달이 생겨 안색이 변하고, 피부 바깥쪽까지 확장된 혈관이 튀어나오는 혈관종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호르몬 대사 이상으로 손바닥이 유독 붉게 변하는 수장홍반이 생길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 가슴이 커지고 성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간경변의 합병증

간경변증은 한 번 발생하면 대부분의 경우 계속 진행돼 간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여러 종류의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간경변증의 합병증 중 하나는 식도나 위 등에서 정맥류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맥류 출혈이 발생하면 간 쪽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딱딱한 간경변증으로 인해 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간 문맥에 저장되었다가 위와 식도 쪽으로 흐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위·식도로 가는 혈관에 혹이 생기고 확장될 수 있다. 정맥류가 생긴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보다 약해서 터질 위험이 더 크다. 만약 정맥류가 터질 경우에는 피를 토하거나 흑변을 보게 되는데 심하면 과다 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간성혼수라 불리는 간성뇌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간성뇌증은 간경변증에 동반되는 신경정신과적 증후군이다. 대부분 암모니아와 같은 해로운 장내 독소가 혈액 내에 축적되고 이러한 장내 독소가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해 대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대뇌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간성뇌증은 말기 간경변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초기에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반응이 느려지며, 집중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보인다. 간경변증 말기에는 착란,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하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간경변 환자의 경우 간암으로 진행되기 쉽기 때문에 1년에 2번은 꼭 간암 조기 진단을 위한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 아주대병원 간센터 김순선 교수는 “복수나 정맥류 출혈, 간성혼수, 황달이 있는 간경변 환자가 1년째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 간암 발생률이 7.7배가 높았다”며  “B형 간염을 원인으로 간경변증을 앓는 환자들은 간암 발생에 대한 감시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암은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므로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 악화된 경우가 많다. 금연과 금주를 습관화 하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등의 예방으로 간경변증을 관리해 간암 발생을 늦춰야 한다. 

◇간경변의 원인과 치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간경변증의 원인은 약 70% 정도가 만성 B형간염이다. B형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에 의한 비경구적 방법을 통해 전파된다. 대표적인 예로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수직감염, 성관계를 통한 전염 등이 있다. 만성 B형간염 외에도 간경변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10~15%는 만성 C형간염이고, 나머지 10~15% 정도가 알코올 과도섭취 및 여러 질환에 의해서 발생한다. 

간경변증은 정상 간으로 회복하기가 어렵지만, 진단 후에는 간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고, 남은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요인을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간염으로 인해 간경변증이 발생한 경우라면, 바이러스를 억제 혹은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로 인한 간경변증은 금주가 가장 필요하고, 지방간질환이 원인이라면 체중조절 등을 통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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