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지열발전소 탓으로 밝혀진 포항지진… 책임 가려내고 종합대책 세워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지열발전소 탓으로 밝혀진 포항지진… 책임 가려내고 종합대책 세워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3.22 10:44
  • 호수 6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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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근 지열발전소로 인해 촉발된 지진이었다는 정부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으로 발생 직후 과학계에서는 지열발전소와 지진 발생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큰 규모의 지진이 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조사단과 해외조사위원회로 구성된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3월 20일 정부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은 1년여간의 조사 결과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정부연구단은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에 위치한 지열정(지열을 끌어올리려고 판 구덩이) 주변의 활동과 영향을 분석하고 정밀조사했다. 연구단은 조사 결과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연구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땅 위에서 주입한 수백톤의 물에 의해 발생한 높은 압력이 지진이 일어난 단층면에 소규모의 미소 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했다”며 “이로 인해 대형 지진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열정을 굴착한 후 2016년 1월부터 작년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물을 주입했다. 지열정을 굴착할 때 이수(mud, 회전식 굴착에 사용되는 수성 부유물)가 누출됐고, 물을 주입할 때 압력이 발생해 규모 2.0 정도의 미소지진을 다수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소지진은 시간이 흐른 뒤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은 포항시와 협조해 관련 절차를 거쳐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 복구하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는 지진으로 인구감소, 도시브랜드 손상, 지진 트라우마는 물론 기업 투자심리 위축과 관광객 감소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11·15 지진 피해배생 및 지역재건 특별법을 제정하고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해 지역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에 대한 과학적 논쟁이 일단락 됨에 따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시민들의 소송참여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권익을 찾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포항 시민 1300여명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로 소송 규모가 확대되고 유사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포항 흥해체육관에는 아직까지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100여명의 이재민이 남아있다. 이들 역시 추가 피해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사단이 인재로 판명한 만큼 정부는 지열발전소의 부지 선정부터 가동 과정, 사업을 강행한 이유 등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피해 시민과 기업에게 마땅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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