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13주년] 서울 영등포구 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를 가다
[백세시대 창간13주년] 서울 영등포구 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를 가다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4.05 14:05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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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어르신 돌봐…인지활동·마사지·운동 골고루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치매‧거동불편 어르신 모셔 오고가는 게 가장 중요… 보호자 인계 원칙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 호전되는 경우 많아… “지역 돌봄 더 확대돼야”

다 함께 노래 부르기 전, 굳어있는 몸을 쭉 펴는 스트레칭부터 시작한다. 어르신들이 잘 따라 하지 못할 때는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다 함께 노래 부르기 전, 굳어있는 몸을 쭉 펴는 스트레칭부터 시작한다. 어르신들이 잘 따라 하지 못할 때는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75세 김명성 어르신은 은퇴 후 10여년 만에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토요일까지 운영하는 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에 아침 9시까지 도착해 짜인 일정대로 하루를 보내고, 오후 5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김 어르신은 은퇴하자마자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해 보행기에 의지해야 했고, 인지 능력도 서서히 퇴화되었다. 그러던 중 부인의 권유로 데이케어센터를 방문했다. 처음엔 1~2개월 다닐 거라고 생각했던 김 어르신은 1년을 꼬박 채웠다. 

김 어르신은 “데이케어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건강해졌다”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조금이나마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케어센터에서 그날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쉬는 시간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마사지를 받는 등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김 어르신에게 도움이 된 것이다. 

데이케어센터는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어르신을 보호하며, 목욕·식사·기본간호·치매관리·응급서비스 등 심신 기능의 유지와 향상을 위해 교육, 훈련 등의 재가급여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올해 154억원을 투입해 데이케어센터 서비스 질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먼저 데이케어센터 확충 사업에 33억을 투입하고, 데이케어센터를 새롭게 설치하는 자치구와 법인에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한다. 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로 인증하고, 이들 시설에 운영비와 환경개선비, 인건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모두 391곳의 데이케어센터가 운영 중이며 이중 190여곳이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4월 1일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중 서울시가 추천한 영등포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에 방문해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및 프로그램들이 어떤 것이 있는 지 알아보았다. 

◇어르신 안전을 최우선 ‘송영 서비스’

구립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는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에서 수탁운영 중인 곳으로, 신길5동에 사는 만 60세 이상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 중 차량 탑승이 가능한 어르신 19명이 이용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센터에서 오전 8시 출발해 9시에 도착하는 차량으로 온다. 김나연 사회복지사는 “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송영하는 시간”이라며 “보통 데이케어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센터 내에서보다 송영 승‧하차 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센터 입장에서는 오전, 오후, 야간 송영까지 합하면 하루 중 절반 가까이가 ‘송영 서비스’ 시간이고, 하루 중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는 승‧하차 시 보호자 인계를 원칙으로 한다. 송영 후 어르신이 실종되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송영 서비스는 평일 오전‧오후에 한 차례씩, 야간에는 오후 7시, 8시에 운영된다. 아침에는 어르신들을 위해 센터 직원 모두 1층에 내려가 어르신들을 맞는다. 

김 사회복지사는 “도착하는 어르신들 하나하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면서 편찮으신 곳은 없는지 살펴본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는 센터에 온 어르신 중 한 분의 손을 잡는데 미세한 떨림을 느꼈고 그런 상태가 며칠간 계속 됐다. 보호자에게 알리고, 병원에 다녀온 결과 어르신에게 뇌졸중 증상이 발생했음을 알게 됐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하루하루 건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매일 아침 센터로 들어오는 어르신들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또 매일 데이케어센터에 드나들더라도 어르신들에게는 ‘낯선 건물’로 인지될 수 있다. 이때 센터 내 직원들에 대해선 ‘익숙한 얼굴’로 인지하기 때문에 편안한 공간에 왔다고 안도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흥겨운 감정 불러오는 ‘음악치료’

“어르신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월요일 첫 번째 시간은 음악치료 시간이다. 김여진 음악치료사의 질문에 어르신들이 “월요일”이라고 한목소리로 답한다. 손 털기, 어깨 돌리기 등 기본적인 스트레칭까지 모두 마쳤다. 

음악 치료 시간에는 다양한 도구들이 활용된다. 동그란 볼, 케스터네츠, 북 등의 악기로 장단을 맞추며 어르신들이 잘 아는 ‘봄에 관련된 동요, 민요, 가요’ 등을 불렀다. 도구를 잘 다루지 못하는 어르신은 있어도 노래를 모르는 어르신은 없다. 

이를 두고 김여진 음악치료사는 “자식 이름이나 사는 곳 주소를 잃어버린 어르신들도 음악을 들으면 가사를 기억하고 따라 부른다”며 “지금과는 달리 한 곡이 오랫동안 유행하며 따라 부르던 세대이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어르신 세대가 잠재된 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3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음악치료가 진행되는 생활실 곳곳을 배회하던 어르신도 있었다. 1년여 정도 음악치료를 진행하다 보니 최근에는 대부분 어르신이 자리에 앉아 치료사를 따라 노래를 부른다. 

치매 어르신들의 경우 집에 있는 주말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주말 내내 축 처져 있었을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아는 노래를 부르고,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김여진 음악치료사는 “어르신 대부분 인지 기능 저하가 오면서 감정이 무뎌지기 쉽다”며 “익숙한 음악을 통해 잠깐이라도 추억에 잠기고, 즐거운 감정을 불어넣어드리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지 저하 노인을 마을이 돌보는 시스템 돼야 

2019년 데이케어센터의 본인부담금은 3시간 이상 6시간 미만일 경우 1등급이 5118원, 2등급이 4739원, 3등급이 4374원, 4등급이 4175원, 5등급이 3975원이다. 6시간, 8시간, 10시간, 12시간 이상일 경우 등급별로 본인부담금이 책정되어 있고, 이는 다시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달에 이용할 수 있는 본인부담 이용한도액은 장기요양등급 1등급일 경우 21만8460원이고, 2등급 19만4190원, 3등급 18만6105원, 4등급 17만1360원, 5등급 14만7120원이다.

여기에 식사와 간식 비용은 따로 책정된다.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는 식사 비용이 3500원, 간식은 1회 1500원이다. 신길5동 데이케어센터 김병성 센터장은 “요양 시설이나 요양원, 데이케어센터 모두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 보호자들이 드나들기 편한 곳에 가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는 인지 기능을 잃기 전 드나들던 가게나 알던 주민 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어르신은 주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주변에서 어르신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혼자 동네를 방황하더라도 보호가 된다”며 “마을 전체가 아이를 돌본다는 말처럼 인지 기능이 저하된 어르신도 점차 지역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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