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35] 침 치료의 원리는 뭘까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35] 침 치료의 원리는 뭘까
  • 허지영 경희미르한의원 광진점 대표 원장
  • 승인 2019.04.26 13:37
  • 호수 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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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아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침 치료를 경험하셨을 겁니다. 한의학에는 침 외에도 뜸, 부항, 추나, 약침, 매선, 침도 등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지만, 일상적인 질환에서 가장 많이 대중적으로 시행되는 치료법이 침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침을 놓을 때마다 침의 효과나 기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이 한의학이나 침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을 느낍니다. 

침 치료는 진통 작용, 염증 억제 작용, 내분비 조절 작용, 자율 신경계 조절 작용, 면역 기능의 강화 작용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다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력한 가설로 관문 조절 이론, 내장 체표 반사 이론, 면역 물질 분비를 통한 항염증 작용 등이 있습니다. 

관문 조절 이론은 신경 세포가 통증을 전달하는 과정에 침 자극이 개입해 진통 작용을 한다는 것이 주된 관점이고, 내장 체표 반사 이론은 체표의 자율 신경계를 자극하여 자율 신경계가 내장의 분비와 운동을 조절한다는 내용입니다. 면역 물질을 통한 항염증 작용은 침 자극을 통해 면역 물질이 분비되어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등의 제반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론입니다. 

침을 맞아 보신 분들이라면 발목을 삐어서 한의원에 갔을 때 삔 발목에만 침을 맞는 것이 아니라 다치지 않은 반대쪽 발목에 침을 맞거나 혹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손에 침을 맞아 보셨을 겁니다. 허리가 아픈 환자에게 복부나 다리에 침을 놓거나 심지어 인중에 침을 놓는 경우도 있죠. 이것은 한의학에서 원위취혈이라고 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아픈 곳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 침 자극을 함으로써 경락을 자극하여 치료 효과를 더 좋게 하거나, 실제 통증 부위와 다소 떨어져 있지만, 근육이나 신경 지배가 연결된 부위를 자극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때로는 증상에 따라 특효 혈 자리가 알려진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화가 안 될 때, 손발에 침을 맞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죠. 물론 근골격계 질환에서도 침을 운용하는 방식에 따라 통증 부위에 놓는 경우, 먼 부위에 놓는 경우, 두 가지 방식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 등 다양하게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매일 침을 맞으면 안 좋냐고 물어보시는 경우도 많은데 침을 자주 맞는 것이 몸에 어떤 해로운 작용을 나타낸다고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만성적인 질환을 앓고 있거나 체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 고령인 환자의 경우 침을 자주 혹은 너무 많이 맞으면 혈액 순환이 과하게 항진되거나 면역 반응이 강해져서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피로감, 혹은 몸살 형태의 반응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침 치료는 신체의 자연 치유력을 이용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치료와 휴식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치료 효과 면에서 더욱 효율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증상과 개인의 체력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료의와 잘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침을 맞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드물지만 감염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침구 치료 전후에 소독을 잘하고, 치료 이후 과도한 운동이나 음주, 치료 직후 목욕 등에 주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면역력이 지나치게 떨어져 있거나 지병이 있는 경우 미리 진료의에게 알려주시면 더욱 안전하게 치료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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