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이상 58.8% “모바일뱅킹이 뭐요?”
70대 이상 58.8% “모바일뱅킹이 뭐요?”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9.05.17 10:58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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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활용한 금융…어르신들 서비스 자체를 몰라

[백세시대=조종도기자]

70대 이상 6.3%만 이용… “디지털금융 교육 확대해야”

대구에 사는 김금융(73·가명) 어르신은 얼마 전 아들로부터 어버이날 선물 대신에 현금을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들은 김 어르신에게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하는지 물어보고는 그 메신저로 송금하겠다고 말했다. 순간 김 어르신에게 두려움이 몰려왔다. ‘톡’으로 돈을 주고받은 적이 없던 터라 보낸 돈을 어떻게 찾을 건지 머리가 캄캄해졌다. 아들은 돈 보내는 것이 간단하고 돈을 찾기도 쉽다고 말했지만, 결국 은행계좌로 받는 걸로 바뀌었다. 그제서야 김 어르신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한다는 70대 이상 노인이 10명 중 1명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뱅킹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말하는데, 노인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지 않고 그런 거래방식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5월 10일 공개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70대 이상 응답자 중 일반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최근 3개월 이내에 이용했다고 답한 이는 6.3%에 불과했다. 60대의 경우도 18.7%에 머물렀다. 

반면에 30대는 87.2%가, 40대는 76.2%가 ‘모바일 뱅킹을 이용했다’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

50대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51%로 과반을 유지했지만, 60대 이상에서는 이용률이 급감했다. 

이용자들은 모바일뱅킹의 장점으로 이용절차가 간편한 점, 다양한 혜택과 보안신뢰 및 낮은 분실위험 등을 꼽았다. 더구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한다는 70대 이상 노인은 0.1%로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 비율도 2.8%에 머물렀다.

정보기술(IT) 발전에 수반한 연령별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격차) 현상이 금융서비스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70대 이상 고령층은 ‘들어본 적이 없다’(58.8%)는 응답을 압도적으로 많이 했다. 복잡한 금융상품 설명(20.0%), 불편한 가입 및 이용절차(10.6%)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위 사례에서 김 어르신이 디지털 금융거래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을 하다 돈을 엉뚱한 계좌로 송금하는 실수가 빚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폐합하고 대면거래보다는 온라인 거래 위주로 바꾸며, 더 나아가 휴대폰으로 하는 모바일뱅킹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이용자들에는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대표적으로 송금수수료가 거의 없고, 비대면 예금거래의 경우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노년층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은행을 찾아가 줄을 서야 하고 수수료 등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 집 가까이에 은행 점포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은행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이동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공개한 ‘2018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의 경우 79.2%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고, 70대 이상에서도 35.1%에 이른다. 노년층에서도 스마트폰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고 싶어도 사용법을 잘 모르거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쓰지 못하는 노년층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노년층 대상 디지털교육 예산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화진흥원은 전국 35개 노인복지관과 연계해 노인 대상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60대 이상 1만2000명이 40시간의 집합 교육을 수료했는데, 올해에는 7500여명에게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디지털 교육을 원하는 어르신들에게는 거주지와 가까운 교육기관을 연결시켜 준다”면서 “특히 5월 중에 모바일뱅킹에 대한 교육을 추가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망자는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포용기획팀(053-230-1386)으로 문의하면 된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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