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속담·성어 6] 장강후랑추전랑 (長江後浪推前浪)
[아하! 속담·성어 6] 장강후랑추전랑 (長江後浪推前浪)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6.07 11:13
  • 호수 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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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뜻…‘세대교체’ 의미

정년 65세 연장 논의가 시작됐다. 정년 연장에 대해 젊은 직장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우려하는 것중 하나로 인사적체를 꼽을 수 있다. 보통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퇴직이 늦춰질수록 젊은층의 승진 또한 더뎌지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를 바라는 이들이 즐겨쓰는 말이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다. 중국 명나라 말기 격언집 ‘증광현문’의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장강(양츠강)은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며 흐르고)’, 일대신인환구인(一代新人煥舊人:새 인물이 옛 사람을 대신한다)’에서 유래됐다. 

강압에 의한 교체가 아닌, 물 흐르듯 자연스런 순리를 강조한 것이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즐겨 인용되는 명언이다.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도 주류세력을 기존 권문세가에서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 사대부로 대체하기 위한 명분을 ‘장강후랑추전랑’에서 찾았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때는 반드시 새로운 세력이 기존 세력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한 역사적 순리라고 역설했다. 

기업 등 조직사회에서 인사철을 앞두고 인사권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면 곧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한다고 보면 된다. 

순리로 포장되지만 뒷물에 밀려나는 앞물은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밀려나는 앞물의 허전함을 누군가 이렇게 읊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니, 앞물결은 모래톱 여울에 스러지네. 뒷물결의 좋은 시절 또한 얼마나 갈 것인가, 그 또한 순식간에 앞물결이 될 게 아닌가’

‘나의 오늘이 곧 당신들의 미래’라며 선배를 밀어내고 의기양양한 후배에 대한 섭섭함과 비아냥이 담겨 있다.

이처럼 ‘장강후랑추전랑’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말로 사용되자 세대통합을 강조하는 글귀들이 생겨났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니, 앞물결은 모래톱 여울에 스러지네.  앞물결이 스러지지 않고 바다로 돌아가면, 다시 되살아나 다시 뒷물결이 되리’가 대표적.

즉,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에 자리를 물려주고 더 큰 바다로 나아가 새롭게 뜻을 펼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출간된 자서전 ‘운명’에서 ‘장강후랑추전랑’을 이처럼 통합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했다. ‘운명’의 머리말에 ‘장강후랑추전랑’을 인용하며 "이 땅의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결국은 강물이 되어 다시 만나고,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뤄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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