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환자 중심 재택의료’ 포럼…“병원 중심 의료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으로 바뀐다”
심평원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환자 중심 재택의료’ 포럼…“병원 중심 의료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으로 바뀐다”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6.28 15:30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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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일본 ‘지역과 자립’ 위주로 바꿔…살던 지역에서 더 잘 살도록 환경 조성

의사가 집에 찾아가는 ‘재택의료’ 활성화…‘방문 전문의’ 도입 검토해야”

노인 인구의 증가는 이웃나라 일본의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 도로 곳곳은 물론 엘리베이터에도 잠시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고, 버스 의자 뒤에도 손잡이가 매달려 있어 서 있는 동안 넘어지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일본은 1994년 일찌감치 고령사회(노인인구 14%)로 진입했다. 한국이 2018년 진입했으니까 24년 앞선 셈이다. 2019년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8%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에게 일본은 좋은 선례가 된다. 

일본 사회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역과 자립’에 초점을 맞췄다. 고령 인구가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지역포괄케어’도 고령자가 살던 동네에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정책이다. 지역포괄케어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의 모델 중 하나다. 

지난 6월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환자 중심 재택의료’ 포럼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중요한 서비스로 꼽히는 ‘재택의료’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국내외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시 북부병원 조종희 보건의료복지통합지원센터장과 대한의사협회 김명성 자문위원, 중앙대학교 장숙랑 교수,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요셉 주임연구원이 발표하고, 이건세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장을 좌장으로 성공회대 사회복지연구소 김창오 교수, 보건복지부 이중규 과장과 권민정 사무관,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이 토론했다. 

재택의료(방문의료)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사가 찾아가는 제도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를 구현하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재택의료(방문의료)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사가 찾아가는 제도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를 구현하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일본 재택의료 사례

만성질환이나 노화로 인한 질병 때문에 노인들이 병원에 입원할 경우 평균 입원일수와 사회적 비용이 함께 증가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곳곳에 중간 보호 시설을 촘촘하게 만들었다. ‘재택’의 개념을 노인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대표적인 중간 시설로 꼽히는 곳이 ‘그룹홈’과 ‘로열케어센터’다. 그룹홈은 낮 동안 노인들을 돌보는 기관으로 목욕과 점심 식사가 제공되고, 물리치료와 간단한 간호 등을 제공하는 소규모 다기능 주택이다. 

로열케어센터는 병원에 입원할 만큼 건강이 나쁘지는 않지만, 혼자 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이 며칠에서 수개월 머무는 곳이다. 병원과 집의 중간 역할로 질병 치료가 아닌 ‘집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다. 

집으로 복귀한 환자들은 ‘재택종합케어센터’에서 관리받을 수 있게 된다. 동네 의원에서 방문진료를 나와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관리해주는 것이다. 방문치과, 재활, 목욕 등도 시행되고, 온라인 진료 시스템도 자리잡고 있다. 

일본 사례 발표를 맡은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일본의 재택의료는 의료 중심을 병원에서 지역으로 바꾸고, 의료 목표를 완치 대신 기능 보존에 두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선 병원도 집도 아닌 중간 시설이 늘고, 방문진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현황과 개선할 점

현재 일본의 사례와 비슷한 개념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케어안심주택과 재택의료 서비스다.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사업단 권민정 사무관은 “재택의료는 커뮤니티 케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 중 하나”라며 “하반기부터 방문진료 수가가 결정되면,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집에서도 방문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중간 시설과 비슷한 모델로 케어안심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연구를 통해 더 다양한 중간 시설을 확충하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데는 케어매니저의 역할이 컸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관리하는 케어매니저가 상담 후 자택서비스 계획을 세우고, 방문간병 등의 일정을 조율하고 케어를 받는 환자의 상태를 계속해서 체크해주는 것이다. 

중앙대학교 장숙랑 교수는 “앞으로 진행되는 커뮤니티케어에서도 케어를 조율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핵심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상황에서는 방문 진료가 크게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김창오 교수는 “방문의료를 받는 환자들은 아주 중증이거나, 고립이나 가난 등 사회경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쌓여있는 환자들일 수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집에서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방문진료를 지속할 의사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년간 진행되었던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를 분석해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 300명 중 5~10명만이 꾸준히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방문진료전문의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인 이상 공동개원 형태로 최소 주 1일 이상 방문진료를 하기로 한 의료기관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권민정 사무관은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지자체 재원이나 국비 등 여러 재원을 연계하고, 겹치거나 과잉되는 서비스가 없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 연구를 실시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케어매니저 등 전문인력 양성과 확충에 대한 부분을 연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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