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온 킹’, ‘CG’로 재탄생한 아기사자의 치명적인 귀여움
영화 ‘라이온 킹’, ‘CG’로 재탄생한 아기사자의 치명적인 귀여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7.19 14:27
  • 호수 6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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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1조원 벌어들인 애니메이션 실사로 재현… 원작과 줄거리는 비슷

실제 아프리카 돌며 동물 움직임 담아… 엘튼 존이 만든 음악 여운 

올 여름 최대의 기대작인 '라이온 킹'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아프리카 초원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원작의 감동을 재현했다. 사진은 극중 어린 심바(왼쪽)와 그의 아버지인 무파사의 모습.
올 여름 최대의 기대작인 '라이온 킹'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아프리카 초원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원작의 감동을 재현했다. 사진은 극중 어린 심바(왼쪽)와 그의 아버지인 무파사의 모습.

상영이 시작되자 ‘난츠 잉고냐마 바기티 바바’(Nants ingonyama bagithi Baba)라는 원작을 본 관객의 귀에 익은 가사와 함께 엘튼 존이 작곡한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이 흘러나온다. 이 음악과 함께 프라이드 랜드(가상의 초원)를 지배하는 사자 ‘무파사’의 후계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이 몰려든다. 코끼리, 기린, 하마 등 수백마리의 동물이 화면을 채우며 웅장한 광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이 동물들이 모두 컴퓨터그래픽이라는 것이다. 25년 만에 극장가를 다시 찾은 ‘라이온 킹’은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한 실제 동물들의 모습으로 원작의 감동을 재현한다. 

7월 17일 개봉한 이번 작품은 왕국의 후계자인 어린 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 무파사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뒤 아픔을 딛고 진정한 자아와 왕좌를 찾아가는 모험기를 그린다. 왕권을 잡은 2인자 스카가 심바의 짝꿍인 ‘날라’가 아닌 형수였던 왕비 ‘사라비’에게 구혼하는 등 몇몇 설정만 바꾸고 기존 이야기 구조를 대부분 차용했다.   

암사자인 친구 날라와 어울리며 하루빨리 아버지 같은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심바는 경솔한 언행으로 삼촌 스카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이에 호시탐탐 왕이 되고 싶어 했던 스카는 하이에나들과 결탁해 무파사와 심바를 모두 죽일 계획을 세운다. 

결국 스카의 계략에 넘어가 무파사는 목숨을 잃고 심바는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를 뒤집어 쓴채 프라이드랜드에서 쫓겨난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심바는 유쾌한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와 함께 생활하며 어른이 된다. 

‘하쿠나 마타타’(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를 외치며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심바는 옛친구 날라를 만나 왕국이 파괴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심바. 그러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왕의 운명을 깨달은 심바는 스카와 하이에나들을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왕국으로 돌아간다.

셰익스피어 ‘햄릿’을 오마주 해 만든 이야기는 여전히 큰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생명은 순환되는 것’이라며 균형을 중시한 무파사와 ‘약육강식’을 고집한 스카의 통치방식이 풍요와 황폐를 반복하는 대초원에 스며들며 긴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연출이 가장 큰 볼거리다. 아프리카의 드넓은 대초원 위로 떠오르는 일출과 바오밥나무 뒤로 펼쳐진 밤하늘의 광활함부터 바람에 날리는 사자 갈기, 어린 동물의 솜털, 근육과 핏줄 등 세밀한 부분까지 전부 실사 영화 기법과 CGI(컴퓨터로 제작된 2차원 내지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촬영한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든다. 파리 등 부수적이라 여겨질 수 있는 곤충까지 재현해 영상에 사실감을 더한다. 

여기에는 제작진의 숨은 노력이 있다. 제작진은 2주간 아프리카에 머물며 헬리콥터와 사파리 랜드 크루저를 동원해 동물의 종, 바위 색깔, 일출과 일몰, 식물의 종류 등을 1톤이 넘는 카메라로 12.3TB 분량의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한 장 당 100메가바이트로 환산해도 10만장이 넘는 방대한 양이다. 어린 심바의 포효를 표현하기 위해 사운드 담당자가 독일 마그데부르크 동물원에서 새끼 사자 울음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다. 

또 동물 이동을 포함한 아프리카의 여러 현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참고해 새끼 사자는 어떻게 걷는지, 배는 얼마나 부른지, 몸에 몇 마리의 파리가 달라붙는지 면밀히 살폈다. 디즈니 애니멀 킹덤(DAK) 동물과학부의 도움으로 카메라를 설치해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의 75%를 촬영한 후 애니메이터들이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창조해 사실감을 높였다.

이렇게 탄생한 초반부 아기사자 심바의 모습은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치명적인 귀여움을 자랑한다. 특히 뒤뚱뒤뚱 걸어가는 뒷모습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절대 놓쳐선 안 될 장면이다.  

또 애니메이션 원작이 세계적으로 1조원 이상 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한 음악 역시 업그레이드 돼 돌아왔다. 

영화음악 거장 한스 짐머와 전설적인 팝가수 엘튼 존이 원작에 이어 협업한 음악은 25년 전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가슴을 울린다. 여기 날라의 목소리를 연기한 팝스타 비욘세가 부르는 신곡 ‘스피릿’(SPIRIT)을 비롯해 엘튼 존이 작곡하고 도날드 글로버와 날라 역의 비욘세의 듀엣곡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2019년 버전으로 재해석돼 황홀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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