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사무처장단 국제교류협력강화 국외연수 “日 성토만 말고 이길 방법 찾아야 해”
대한노인회 사무처장단 국제교류협력강화 국외연수 “日 성토만 말고 이길 방법 찾아야 해”
  •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사무처장
  • 승인 2019.07.26 14:03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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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사무처장]

대한노인회 사무처장단은 지난 7월15~18일, 3박4일간 일본 후쿠오카, 구마모토 등지로 연수를 다녀왔다. 전국 16개 연합회 사무처장들의 국제교류협력강화 국외연수란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연수의 참가자들은 일본의 노인복지시설과 유명 관광지를 돌았다. 국외연수에 참여한 고광선 서울연합회 사무처장의 일본 연수기를 싣는다.  


16개 연합회 사무처장, 3박4일 일본 후쿠오카 돌아봐

시립복지시설 남녀 250여명 수용, 40개 프로그램 운영

대한노인회 사무처장 국제교류협력강화 국외연수단이 일본 온천마을 유후인의 긴린코 호수를 찾았다.
대한노인회 사무처장 국제교류협력강화 국외연수단이 일본 온천마을 유후인의 긴린코 호수를 찾았다.

최근 한일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비행기 고장으로 2시간이나 늦게 출발한 일본행은 16개 시・도 사무처장들의 각오를 비상하게 다잡게 했다. 첫날 오후 6시경 제주공항과 비슷한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일행은 늦게 도착한 관계로 외부일정을 취소하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사무처장 16명과 중앙회 기획운영본부장이 옹기종기 모여 연합회별 노인복지 및 경로당 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각 시도의 우수 사업, 현장 실태 등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노인 대표단체의 실무자로서 책임의식을 새롭게 했다.

특히 대한노인회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전 직원의 통합호봉관리 필요성이 절실함에 한목소리를 냈다. 총무, 경로, 자원봉사, 취업 등 각 부서가 임금을 주는 관청이 달라 직원 전보 등 인사관리에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인사가 만사’라는 조직 관리의 첫 계명의 실천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노인복지법 개정의 참여 과정이나 경로당 관리운용에 있어 시·군·구의 지나친 관여, 정관 및 운영규정의 일부 개정 필요성, 민주평화노인회 출현, 어울누리 경로당 등 현안에 신속한 대응체제가 미흡하고, 직언, 직설 통로가 마련되지 않아 조직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도개혁위원회’를 조직해 의견과 지혜를 모아 시대적 노인복지요구에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첫날밤은 이처럼 열띤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이튿날 일행은 일본의 유서 깊은 대신궁 신사에 들렸다. 그들의 조상신도, 신앙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이후 아사히맥주공장에 들러 맥주 제조 과정을 살펴보고 슈퍼드라이 등 세 가지 맥주의 깊은 맛을 체험했다.  

매일 밤 노인회 발전 방안 고민

오후에는 가등청정의 유혼이 잠든 구마모토 성을 돌아보다 2016년 4월 14일 구마모토 지진으로 무너진 복구현장을 볼 수 있었다. 우리 같으면 3년이 지난 만큼 이미 복구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주 천천히 완벽에 가깝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임란 때 우리조상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가등청정 신사를 거쳐 아소 5대 산 중 하나인 쿠사센리로 발걸음을 돌렸다. 에보시다케의 북록에 펼쳐진 78만 5000㎡의 대규모 평원에서 소, 말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에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동이 틀 무렵 아소군 타카무라정 큐카무라 숙소 온천수에 몸을 씻고 아소산기슭 국립휴양림 야영장 주변에서 새벽 산책을 하면서 어제 보았던 일본을 떠올렸다. 

작지만 부족함이 없고 부족함이 없으나 넘치지 아니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고 조금 있다고 허세도 떨지 않았다. 우리보다 도로 폭이 좁고 대부분이 편도 2차선 이하의 도로이지만 급차로 변경으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경적을 울려 불안하게 하는 차량이 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을 보았다. 내 집에 온 손님이면 손님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면서 환대하는 것도 보았다. 

일본이 경제대국이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것이 일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에 무단 주차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자기 집 주차장에 주차해 놓았으며 주차장이 없으면 차도 살 수가 없었다. 정말 얄미울 정도로 정돈된 나라다. 우리는 일본을 성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본을 이길 수 있는가를 일본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날은 오이타현의 중심에 위치한 유후인으로 이동하여 민예마을과 긴린코 호수를 둘러 보았다. 벳부지옥순례의 하나인 가마도지옥 노천탕에서 모두 발을 담그며 얼굴을 보지 않고 누구의 발인지 맞추기를 했다. 소년소녀 감성으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17명이 노인복지를 위한 결의와 연대를 다졌다. 

매일 밤 우리 17명은 작은 방에 모여 경로당 기능 강화와 대한노인회 조직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며 머리를 맞댔다. 

그날 밤 가이드가 우리 일행에게 가이세키 일본요리를 먹어야 하니 유카타라고 하는 일본 전통옷을 모두 입으라고 했다. 일행은 최근의 어수선한 한일관계도 있고 우리의 혼을 팔리는 기분이어서 못 입겠다고 30여분 실랑이를 한 끝에 결국 유카타를 입지 않았다. 나는 여행 내내 온천욕을 할 때도 유카타를 거절하고 평상복으로 욕장에 갔다. 이 모두가 미묘한 한일관계 때문일 것이다.

대한노인회 사무처장 국제교류협력강화 국외연수단이 일본 후쿠오카시립복지센터(동향원)를 방문한 뒤 단체기념촬영했다.
대한노인회 사무처장 국제교류협력강화 국외연수단이 일본 후쿠오카시립복지센터(동향원)를 방문한 뒤 단체기념촬영했다.

일본 복지관 한국어 배우기 인기  

어느덧 마지막 날을 맞았다. 우리 일행은 벳부 유후인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후쿠오카 시립복지센터를 방문했다. 40년 상당 된 오래된 건물에서 250여명의 남녀 노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40여개가 알차게 운영되고 있었다. 80%가 여성 노인들이었고 60세 이상이었다. 일본의 정년은 65세이고 대부분 70세까지는 일을 하고 있었다. 

시오다 시립복지센터 원장에게 경로당의 역사와 문화, 기능의 우수성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경로당은 한국의 문화유산이고, 노인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이며, 세계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노인여가복지시설임을 강조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수 일본노인들이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고, 한국관광을 위해 한국어를 가장 많이 배우고 싶어 하고 복지관에서도 인기가 많은 과목이었다. 일본에는 자판기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고 글씨보다는 그림으로 판매정보를 알리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후쿠오카공항에서 만난 50대의 일본관광청 직원 다나까 씨가 다가와 “행복한 여행을 하였느냐?”고 물었다. 나는 “몇 차례 일본 여행 중 이번 일본 여행이 가장 불편했다”고 말했다. 출국할 때도 입국할 때도 뒤통수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일본은 한국에게 임진왜란, 정유재란, 한일합방을 통해 43년간이나 우리민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힌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경제적 가해를 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대에 양국의 번영을 위해서는 화해와 협력이 필요하고 한국이 부자나라가 되어야 일본도 한국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한일관계가 지속 발전된다면 영국과 프랑스가 해저터널을 통해 왕래하듯이 한국과 일본도 해저터널을 뚫어 일본에서 유럽까지 초고속열차 여행도 즐기고 자동차여행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면 양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하자, 그는 과거를 덮을 수는 없지만 이해와 포용으로 동반성장이 필요한 시기임을 역설했다.    

어려운 시기에 선진복지현장 견학의 기회를 주신 이중근 대한노인회장과 봉태열 부회장께 감사드리며  협력해주신 연합회장과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준 백재봉 기획운영본부장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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