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미술과 사회 1900-2019’ 전… ‘광장’을 주제로 조명한 한국 근현대미술 120년
‘광장 : 미술과 사회 1900-2019’ 전… ‘광장’을 주제로 조명한 한국 근현대미술 120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9.20 15:04
  • 호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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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나눠 ‘광장’의 다양한 의미 탐색… 회화‧조각‧설치 등 570여점 소개
서울관 3부 전시부터 시작… 덕수궁(1부), 과천관(2부) 10월 17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덕수궁관(1부), 과천관(2부), 서울관(3부)으로 나뉘어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광장을 주제로한 작품들을 살펴본다. 사진은 김희천의 ‘썰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덕수궁관(1부), 과천관(2부), 서울관(3부)으로 나뉘어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광장을 주제로한 작품들을 살펴본다. 사진은 김희천의 ‘썰매’

[백세시대=배성호기자]광장(廣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든 넓은 빈터를 의미한다. 그간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에서 광장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3‧1운동 당시 전국 곳곳의 광장은 독립의 열망으로 넘쳤다. 지난해 타계한 최인훈이 1960년 발표한 소설 ‘광장’에서 광장은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넘어선 공간이었다. 또한 4·19혁명부터 현재까지 활발히 진행되는 촛불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광장은 정의의 실현을 바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담고 있다. 

이런 광장의 다양한 의미를 탐색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광장’을 모티브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이다. 

시대별로 나눠 덕수궁관(1부), 과천관(2부), 서울관(3부)등 3개 관에서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등 570여 점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기획전 중 먼저 서울관에서 개막한 ‘광장’ 3부(내년 2월 9일까지)는 국내외 작가 12명의 작품 23점과 소설가 7명이 광장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집 ‘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프라인을 넘어 디지털시대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된 광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조명했다. 

서울관 3전시실에 마련된 ‘나와 타인들’에서는 작가 6명이 타인과 나, 우리를 새삼 확인하게 되는 광장 속 개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기획자로도 활동하는 사진작가 홍진훤은 ‘이제 쇼를 끝낼 때가 되었어’를 통해 여론 집결지로서 가상의 광장을 포착, 그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본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수집한 주제어들을 구글 검색을 통해 재추출, 문장과 이미지로 조합한 작품이다. 

송성진의 ‘1평조차
송성진의 ‘1평조차'.

김희천의 ‘썰매’는 온라인에서 광장의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와 단체대화방 등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개인들의 이중적 상황을 보여준다. 송성진은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촌에서 영감을 받아 갯벌 위에 1평짜리 집을 짓고 2개월간 기록한 영상 ‘1평조차(潮差)’를 통해 난민, 이주민, 나아가 현대인의 불안정한 삶을 그려냈다.

주황은 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여성들을 담은 ‘출발’ 연작을 통해 유학과 이민, 국제결혼, 취업, 사업 출장 등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 여성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역할과 의미를 따져보는 작품들은 4전시실과 복도에 마련됐다. 함양아는 ‘잠’에서 재난 때면 등장하는 체육관을 통해 개인과 국가의 역할을 되짚어본다. 그는 개별적 사건들이 현대사회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해 어떻게 하나의 서사구조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1.0’도 처음 공개한다. 

프랑스 작가 에릭 보들레르는 미승인 국가인 압하지야 공화국에 사는 친구와의 편지교환을 바탕으로 한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국가란 무엇인지를 관람객에게 묻는다. 인도 작가 날라니 말라니는 국제 이슈들을 다룬 ‘판이 뒤집히다’에서 새 세상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로비에서 주 전시 공간과는 반대 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8전시실로 올라가면 신승백·김용훈의 신작 ‘마음’을 만나게 된다. 광장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바다로 해석, 관람객의 표정을 수집한 데이터를 바다를 이루는 파도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작품이다. 

홍승혜 작가는 3·4전시실 앞 복도에 잠시 쉬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는 휴게공간 ‘바’를 만들었다. 특히 홍 작가의 ‘바’에서는 윤이형·박솔뫼·김혜진·이상우·김사과·이장욱·김초엽 등 7명의 소설가가 쓴 단편소설집 ‘광장’을 읽을 수 있다.

‘광장’ 1부와 2부 전시회는 10월 17일 동시 개막한다. 덕수궁관에서 진행되는 1부(내년 2월 9일까지)는 1900~1950년의 시기를 다룬다. 19세기말 개화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을 거치면서, 격동의 시대 한가운데에서도 ‘의로움’의 전통을 지켰던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유산에 대해 살펴보는 전시다.

과천관에서 열리는 2부(내년 3월 29일까지)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한국사회와 광장을 통해 되돌아본다. ‘전쟁과 애도’, ‘혁명과 열정’, ‘치유와 공존’ 등의 주제어를 통해 미술관 소장품 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작품들로 각 시대를 새롭게 해석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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