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고령화사회의 중년기와 노년기의 새로운 의미
[백세시대 / 금요칼럼] 고령화사회의 중년기와 노년기의 새로운 의미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9.11.15 14:32
  • 호수 6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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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이후 ‘제3기 인생’에서도

‘제2의 성장’이 얼마든 가능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활동 하며

 성취의 만족감 얻을 수 있어

 미리미리 잘 준비할 필요

지금까지 중년기 삶의 바람직한 의미는 인생의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 유익한 일이나 활동을 하고 후손과 젊은이들을 잘 지도하고 후원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노년기 삶의 바람직한 의미는 과거의 삶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하면서 좋은 기억과 바쁜 기억, 보람과 후회, 분노 모두 인생 전체 속에 녹여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80세 이상 100세까지로 연장되고 있는 고령화사회를 맞으면서 중년기 이후 삶을 더 풍부하게 하는 의미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3기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어 서구사회에서는 상당히 널리 인정되고 있다.         

윌리엄 새들러(William Sadler)는 40대 이후를 ‘제3기 인생(the third age)’으로 규정하고 제3기 인생의 의미는 ‘제2의 성장(the second growth)’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제2의 성장은 “자기 속에 감추어진 창의력을 발휘하여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이나 활동을 새롭게 추진하거나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일이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생애주기가 계속 연장되는 고령화사회에서 40세 이후 사람들이 제2의 성장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삶의 시나리오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길지 못한 전통사회의 일반적 삶의 양태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 사이 직장에서 가장 최고의 직책(정점)에 오른 후에 60대 전후에 퇴직하여 여생을 안전 위주로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삶의 시나리오는 부모, 친척, 학교나 직장의 선배들이 살아온 보편적인 삶의 양태라서 사람들은 그런 삶의 양태를 따라가려 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들러는 인생여정을 비행기 여행에 비유하고 있다. 비행기가 한 번 정점(직업상 초고 직위)에 올라갔다가 안전띠를 매고 퇴직이라는 안전한 비행장에 도착하여 승강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여정이 되고 있다. 

그런데 수명이 계속 연장되는 고령화사회의 인생 비행기 여정에서 정점은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일단 퇴직이라는 비행장에 도착한 후에, 아니면 비행장에 도착하기 전에 다시 안전띠를 매고 한 번 이상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여러 번 정점에 올라가는 것은 제2의 성장이고, 제2의 성장은 개인적 선택과 노력으로 오랜 준비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퇴직 이후 건강하게 지내는 노년기를 ‘제3기 인생’이라 했다. 라스렛은 인생을 4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마다 의미를 부여하였다. 제1기 인생(the first age)은 출생하여 사회에 나갈 준비가 끝나는 시기까지인데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교육과 훈련을 잘 받는 것이라 했다. 제2기 인생(the second age)은 취업하여 퇴직할 시기까지를 말하며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경제적 독립과 책임을 지는 것이라 했다.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은 퇴직하여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의미하며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개인적 성취(personal achievement)라고 했다. 개인적 성취는 자기 성격과 적성에 맞고 자기가 하고 싶어 하고(했고) 원하는(던) 일이나 활동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제4기 인생(the fourth age)은 건강이 나빠져 남에게 의존하여 지내는 마지막 기간을 말하며 이 시기의 의미는 의존에 잘 적응하는 것이라 했다. 

개인에 따라 제3기 인생으로 끝맺을 수 있다. 즉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픈 후 4일째 돌아가는 경우(우리사회에서 흔히들 ‘99-88-234’라고 함)라면 인생은 제3기까지만 있고 제4기는 사실상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 한편 개인에 따라 의존하는 제4기 인생이 크게 길어질 수도 있다. 이 제4기 인생은 누구나 원하지 않으므로 서양에서는 제3기 인생으로 인생이 끝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퇴직 이후 인생 또는 노년기’ 전체를 제3기 인생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퇴직 이후 노년기, 제3기 인생의 개인적 성취는 단순히 시간만 가면 오는 것도, 건강하게만 지내면 오는 것도 아니고 오랜 동안의 준비를 거쳐야만 오는 것이다. 퇴직이 임박한 상태에서의 준비로는 개인적 성취의 제3기 인생은 오지 않는다. 평균수명 80세를 넘어 100세까지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중년기 이후 ‘제2의 성장’과 노년기의 ‘개인적 성취’라는 새로운 의미의 삶을 위해 청년기부터 생애주기 단계별로 잘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노후만의 건강과 행복이 아니라 인생 전체의 건강과 행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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