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혈압 재며 건강 챙겨요”… 서울 강동구,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등 경로당에 혈압측정기 설치
“매일 혈압 재며 건강 챙겨요”… 서울 강동구,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등 경로당에 혈압측정기 설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1.17 13:17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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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동구,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등서 고혈압 합병증 예방차원에서 관내 모든 경로당에 자동혈압측정기를 보급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영동군 상촌면 궁촌1리경로당 회원들이 자동혈압측정기를 이용해 혈압을 재는 모습.
최근 서울 강동구,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등서 고혈압 합병증 예방차원에서 관내 모든 경로당에 자동혈압측정기를 보급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영동군 상촌면 궁촌1리경로당 회원들이 자동혈압측정기를 이용해 혈압을 재는 모습.

서울 강동구,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등 전 경로당에 자동측정기 설치  

혈압 관리하도록 지속적 홍보… 이상 체크해 위험한 상황 넘기기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시골 노인들이라 머리가 핑 돌면 그때나 혈압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게’ 생긴 이후로는 서로 건강을 챙겨주고 있어요.”

이종우 경주 불국동 마동큰마을경로당 회장은 2018년 설치한 ‘자동혈압측정기’가 가져온 경로당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에는 보건소 또는 병원에 갔을 때 재는 게 전부였고 높게 나와도 개의치 않았던 어르신들이 혈압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약을 복용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주요 대화 중 하나가 혈압일 정도로 서로 서로 챙기는 분위기도 형성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동구, 경북 경주시, 충북 영동군 등에서 관내 전 경로당에 자동혈압측정기를 보급해 어르신들에게 고혈압 관리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혈압에는 무신경했던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유도하고 혈압이 높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약을 먹게 하는 등 효과를 보이고 있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몸을 공격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 심장, 신장, 눈을 비롯해 몸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쳐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높은 혈압에 장시간 노출된 심장의 벽은 두꺼워지고 크기도 커지면서 기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 외에도 심부전,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65세 이상 두 명 중 한 명이 고혈압에 시달릴 정도로 노인들이 흔히 겪는 질환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발표된 보건복지부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률은 ▷60~69세 남성 48.5% ▷60~69세 여성 48.8% ▷70~79세 남성 59.0% ▷70~79세 여성 64.3%로,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높다.  

하지만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등 목표 혈압을 낮추면 고혈압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5개 비교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통상적인 치료그룹보다 목표 혈압을 낮추고 치료한 그룹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은 20%,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35%, 심부전 발생은 38% 각각 감소했다.

이런 효과들을 기대하며, 일부 지자체들은 전 경로당에 자동혈압측정기를 보급하면서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 예방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 구립 43개소, 사립 76개소를 합쳐 총 119개 경로당에 100여 만원의 상당의 자동혈압측정기를 각각 설치했다. 동주민센터에 이미 설치돼 있지만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동별로 적게는 3개, 많게는 14개소까지 있는 경로당에 설치한 것이다.

고혈압 측정을 통해 치료가 시급한 어르신들을 발굴하기도 했다. 84세 이 모 어르신이 혈압계로 혈압을 3~4일 측정한 결과,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해 인근 병원을 방문했고 이후 대형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한 것이다.

강동구 관계자는 “기존에는 어르신들이 가끔 혈압을 쟀다면 설치 후에는 매일 혹은 매주 혈압을 재면서 건강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도 지난해 군비 5억1000만원을 투입해 군내 340개 전 경로당에 자동혈압측정기를 설치했다. 영동군은 또 경로당마다 건강지도자를 자율적으로 선정하게 해 혈압측정을 독려하고 측정한 기록을 건강관리수첩에 기록해 보건기관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회원들은 이웃, 친구들과 공통관심사인 건강을 같이 돌보는 계기가 됐다며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영동군 관계자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혈압을 재고 싶을 때 마을 경로당을 방문하고 있다”면서 “측정과 병행할 수 있는 고혈압 관리 프로그램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도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10억원의 지원을 받아 관내 610여개 전체 경로당에 자동혈압측정기를 보급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도입한 경로당 행복도우미를 통해서 고혈압 관리의 필요성을 회원들에 교육하고 측정기 사용을 독려하면서 효과를 높이고 있다.

경주시지회 관계자는 “고혈압을 관리한다는 개념이 없었는데 자동혈압측정기 설치 이후 이러한 인식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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