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밀린 보험금이 11만 건?…KB손보-KB손사 “네 탓” 책임전가, 왜
지급 밀린 보험금이 11만 건?…KB손보-KB손사 “네 탓” 책임전가, 왜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2.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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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측, 인건비 절감 차원 위탁업체 설립…미숙한 일 처리로 지급 지연 다반사”
KB손해보험 “사정사에 문의하라” vs KB손해사정 “모회사가 시키는 대로 할 뿐”
KB손해보험의 자회사인 KB손해사정 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서울 합정동 KB손해보험 합정 사옥에서 회사의 보험금 지급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정철 KB손사노조 지부장은 10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위탁업체응 세운 회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사진=KB손보 노조 홈페이지)
KB손해보험의 자회사인 KB손해사정 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서울 합정동 KB손해보험 합정 사옥에서 회사의 보험금 지급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했다.(사진=KB손보 노조 홈페이지)

노조 “위탁업체 직원, 열악한 업무환경 심각…캠페인 계획”

“회사가 인건비 줄이려고 위탁업체를 설립했어요. 우리 말고 더 싸게 쓸 수 있는 인력을 활용하려고 했던 거죠. 오히려 비용만 늘고 업무효율성은 떨어졌어요. 고객은 늦게 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했고요.”

KB손해보험 자회사인 KB손해사정 노동조합(KB손사노조)은 지난달 22일 서울 합정동 KB손해보험 합정 사옥에서 회사의 보험금 지급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비효율적인 지급 구조로 인해 고객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됐고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정철 KB손사노조 지부장은 10일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위탁업체를 세운 회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의 무분별한 자회사 및 관계사의 확장과 접수전담법인 정책 실패를 비판했다.

KB손해보험은 자회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 2019년 4월 보험 지급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위탁업체를 설립했다. KB손사 소속 직원 600여명이 수행했던 업무는 외주업체 400여명으로 인해 총 1000여명이 처리하게 됐다.

정 지부장은 “사람이 늘면 일이 막힘없이 수월해지는 게 정상 아닙니까.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업무처리 속도는 떨어지고,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금이) 빨리 지급 안 되니까 컴플레인하고, 그 민원에 시달리는 건 우리였고요”라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장기사고 접수 미결 건은 3만건에서 11만건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보험금은 청구 접수 후에 3영업일 이내 지급된다. 그러나 바뀐 업무처리 환경에서는 보험금 지급 처리일이 7일에서 15일까지도 지체됐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그는 “회사도 손해를 입었어요.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면 그만큼 이자가 붙거든요. 위탁업체 400명 월급도 줘야하니까 그만큼 평소보다 손실이죠”라고 말했다.

KB손해사정은 노조 시위 이후(22, 23일)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협의를 진행했지만 노조가 지적하고 있는 구조에 대한 수정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정 지부장은 “업무가 많은 기간에 한정해서, 목표량에 초과되는 업무를 한 건당 30%씩 더 계산해서 수당을 주는 것으로 협의했어요. 위탁업체에서 지연되는 업무를 우리가 다시 받아서 하는 거죠.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지적했다.

[백세시대]가 확인한 결과, 보험사는 12월과 1월, 연말정산 기간에 특히 업무량이 많아진다. 보험청구율이 증가하고 사고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 지부장은 위탁업체 직원에 대한 열악한 업무환경도 문제라고 제기했다. 그는 “해당 업체에는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일한다고 합니다. 연장, 야근, 휴일 수당이 지급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 52시간 근무시간도 지켜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해당 직원들에게 근로기준법 알려주기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KB손해사정과 모회사인 KB손해보험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서로 책임을 미루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선 KB손해보험은 “자회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손해사정 측에 문의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KB손해사정 관계자는 “위탁업체 설립 전과 후는 차이가 없다”면서 “겨울철에 업무량이 많은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3만건 정도로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주장하는 지급 정책의 실패와 위탁업체 설립과 관련해서는 “모회사인 KB손해보험에서 설립한 것”이라면서 “본사와 위탁업체에 대한 일 분배도 손해보험에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모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본지는 다시 KB손해보험 관계자에게 문의했고 그는 “많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본사가 위탁업체를 세운 것은 맞다”면서도 지급 구조에 대해선 “손해사정 노조 주장인 만큼 손해사정 측이나 노조에 문의하라,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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